[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2기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금융지주 실적 기준으로 만년 3위인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달성 등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며 존재감을 드러내왔습니다. 함 회장의 연임으로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한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와 글로벌 시장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하나금융 회장 3년 더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명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함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습니다. 이로써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하나금융을 3년간 더 이끌게 됐습니다.
함 회장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상고 출신 은행원에서 출발해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 행원으로 금융계에 들어왔습니다. 이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장 시절 전국 영업실적 1위를 달성하는 등 '영업통'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이후에는 초대 은행장을 맡았고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22년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의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현재까지 그룹 당기순이익은 157% 성장하고, 총자산은 76% 확대됐습니다.
함 회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는 하나금융그룹 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20년 성과를 발판 삼아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백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함영주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다. 함 회장은 앞으로 3년간 더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사진=하나금융지주)
비은행 부문 순익 기여 제고
연임에 성공한 함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비은행 강화'입니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리딩뱅크' 싸움을 벌이며 선전하고 있지만 그룹 실적 기준으로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가운데 여전히 3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나금융 내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말 기준 16%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그룹이 낸 순이익 3조7685억원 중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은 6270억원에 그칩니다. 반면 금융그룹 최초로 순이익 5조원대를 달성한
KB금융(105560)의 경우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2023년 33%에서 작년 40%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하 기조가 올해 본격화하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는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이익의 상당 부분이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에 집중돼 있는데요. 특정 계열사의 실적 변동에 따라 그룹 전체의 비은행 부문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함 회장은 그룹의 비은행 수익 기여도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14개 계열사 간 협업 강화'를 꼽았습니다. 하나금융이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합병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비은행 강화를 위한 첫 단추입니다.
또한 하나금융이 중장기 경영 목표로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가운데 올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 회장도 취임 초부터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글로벌 위상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습니다.
주주 환원·후계자 양성도 과제
'함영주 2기' 체제의 또 다른 과제로는 주주환원 확대가 꼽힙니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비용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지주의 주주 친화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1년 26%, 2022년 28%, 2023년 33%, 지난해 37.8%로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배당 성향을 높이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 회장은 지난해 12월 하나금융의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입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재무 지표를 개선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임 결정으로 함 회장은 회장직을 이어가지만, 연련 제한으로 3연임이 불가능한 만큼 후계자 양성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유력한 후계자로는 이번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등이 거론됩니다.
향후 3년 동안 체계적인 후계자 양성이 이뤄져야 하나금융이 '포스트 함영주'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 회장이 3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만큼 기업가치 제고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후계 승계 구조를 마련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사옥에서 열린 하나금융지주 제2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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