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확 바뀐 KT 주총…118분 주주 소통
박효일·정우진 전무, 주주 앞 경영전략 발표
"네 말씀하십시오" 반복한 김영섭 대표, 주주 질의에 답변
정기 주총 온라인으로 생중계…민영화 이후 처음
2025-03-31 12:40:42 2025-03-31 13:33:2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가 민영화 이후 23년 만에 정기 주주총회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거수기식으로 주요 안건만 원안대로 의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1시간58분 동안 회사의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열린 주총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처음 온라인으로 주총 중계도 진행했습니다. 주주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듣겠다는 차원입니다. 
 
KT는 올해부터 정기 주총에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의안 의결에 앞서 전략 발표 세션을 신설했습니다. 
 
31일 주총에서 박효일 전략실장(전무)과 정우진 KT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전무)은 각각 올해 AICT기업 과제와 AI전환(AX) 사업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정우진 KT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전무)이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AI전환(AX)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일 전무는 올해 AICT컴퍼니로 성장 원년을 삼기 위해 AICT 역량강화, 기업간거래(B2B) AX 사업 혁신 성장, 인공지능(AI)기반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차별화, 주주가치 제고 등 경영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AX 역량강화를 위해 IT 인력을 확대하면서 승진과 보상체계 또한 역량 기반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KT는 IT직군을 신설하며 보수규정을 개편해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박 전무는 "전 직원들이 역량 기반으로 승진과 보상체계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AI 선도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사내 IT를 현대화해 AI기반 일하는 방식으로 혁신도 지속합니다. B2C 영역에서는 모바일과 인터넷(IP)TV의 AI에이전트를 선보이고, AI기반 요금과 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정우진 전무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AX 토탈 서비스 프로바이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궁극적으로 KT의 방향성을 B2B AI 시스템통합·관리(SI·SM) 기반의 AI 엔지니어링 사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는데요. AI엔지니어링을 통해 산업·도메인별 전략 고객 대상 대표 레퍼런스를 확보해 확산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초기시장 진입자로서 국내 AX시장 6조3000억원 매출 가운데 5~10%를 확보하고, 추후 시장 점유율을 15~20%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0년째 KT 주식이라고 밝힌 주주는 "이런 주총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제43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KT의 구조조정 가능성, 호텔 매각에 대한 당위성, 해외 투자 손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번째 이사회 의장 자리에 선 김영섭 KT 대표는 "네 말씀하십시오"라며 주주들의 질의를 듣고 답변했습니다. 
 
김 대표는 합리적인 구조조정은 경영자가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지난해 주총에 이어 다시한번 언급했습니다. 그는 "합리적 구조조정은 경영권 자체이며, (지난해 네트워크 관리 인력을 신설 자회사로 이동시킨 것 관련) 그 구조조정은 합리적 범주 안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호텔 매각과 관련해서도 "통신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유휴부지가 많이 생기는 것은 전세계적 현상"이라며 "KT가 유휴부지 저수익 부동산을 잘 활용해 가치를 높여 유동화하고, 본업으로 규정한 곳에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부실 투자와 관련해서는 "더이상 현금이 유출되는 손실이 아닌 평가상 회계적으로 반영된 부분"이라며 "르완다 해외 법인을 정리하는 데 형식적 문제로 시간이 걸릴 뿐이지 합리적으로 종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KT는 이날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주총 온라인 중계도 실시했습니다. 앞서 SK텔레콤(017670)은 2020년, LG유플러스(032640)는 2023년부터 온라인 주총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오프라인 현장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주총도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KT도 뒤늦게나마 온라인 주총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안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습니다. 분기배당 시 이사회가 분기 말일로부터 45일 이내에 배당액과 배당기준일을 설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가 개선됐고, 회사채 발행 의결 방식 변경 안건도 승인됐습니다. 
 
임기 만료를 앞뒀던 사외이사 현대차(005380) 출신 곽우영 포스코청암상 기술상 선정위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 운영위원, 김용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재선임됐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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