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동화약품(000020)이 본격적으로 오너 4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 윤인호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로써 동화약품은 기존 유준하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유준하, 윤인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습니다.
부친인 윤도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승계 작업도 안정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윤도준 회장은 지난 24일 윤인호 대표에게 동화약품 보통주 4.13%(115만3770주)를 증여했습니다. 그 결과 윤도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동화약품 지분율은 5.13%에서 1.0%로 줄어든 반면 윤인호 대표의 지분율은 2.30%에서 6.43%로 늘었습니다.
2013년 8월 동화약품 재경부에 입사한 후 12년 동안 핵심부서를 두루 거치며 후계 수업을 받은 윤인호 대표는 올해부터 회사를 이끌어갈 최고 경영자로서 능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는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일반의약품(OTC) 총괄사업부 등을 거친 후 동화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고, 동화약품의 최대 주주인 디더블유피홀딩스 대표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윤인호 대표는 디더블유피홀딩스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화약품 지분도 6.43%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로 일찌감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습니다.
'개인 최대주주' 등극…지배구조 안정적으로 장악
윤인호 대표는 동화약품의 미래 신사업 전략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는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로서 쌓아온 역량과 신뢰, 업계 최고 수준의 공정 거래 및 윤리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써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나아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습니다.
윤인호 대표가 경영 최전선에 나선 동화약품은 앞으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제약사 본연의 사업인 신약 개발에선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판코르 잇치 등 국내 대표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제약회사로 알려져 있는 동화약품은 대표 품목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들 4개 품목은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9%에 달합니다. 반면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는 줄었습니다. 지난해 동화약품이 전체 매출액 중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중은 5.09%로 전년 동기 6.18%보다 1.09%포인트 줄었습니다.
전문의약품 신약 개발 성과도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신약은 2022년부터 시작해 국내 임상 1상까지 마친 당뇨 치료제 개량신약 DW6014와 위식도역류질환 제네릭 의약품 DW6017 등 2건이 전부죠.
외형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순이익 '하락'
최근 실적도 하락 추세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4648억7474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28.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줄어 내실 경영에는 실패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7억7588만원에서 134억1119만원으로 28.6% 줄었고 순이익은 282억3705만원에서 21억4610만원으로 92.4%나 급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영업이익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미용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인수에 나섰지만 실사 과정에서 계약이 무산됐고, 366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약국체인 기업 중선파마(TRUNG SON Pharma)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신사업 확대를 통해 규모의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위축됐습니다. 신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줄었습니다. 동화약품이 2020년부터 타 법인에 총 20건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약 142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다만 사업 다각화로 인해 지난해 동화약품의 수출액은 전년도 181억500만원에서 939억1200만원으로 5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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