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건 빚 뿐"…지역주택조합 피해, "지자체도 나몰라라"
조합설립승인 취소·허위정보에 피해사례 여전히 많아
관할 지자체, "개인간 투자 계약일 뿐"…손 놓는 경우도
법조계, 근본적 해결책은 "제도 폐지뿐" 목소리도
2025-04-11 16:37:01 2025-04-11 21:39:1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주택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인 '주택 가격'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지역주택조합(지주택)입니다. 
 
그런데 도입 50주년이 가까워지는 이 제도는 여전히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게 사전 정보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조합원들조차 각종 사유로 인해 조합설립승인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많게는 수억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해당 제도를 관할하는 지자체도 지주택으로 인한 피해자를 '개인 간 금전적 관계'로 치부하며 "어쩔 도리가 없다"는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조계에서는 몇 차례 주택법 개정에도 지주택의 제도적 한계가 뚜렷하다며 제도의 폐지를 논의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조합설립승인 취소에 금전 피해 '분통'
 
11일 본지 취재진은 지역주택조합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다 현재 조합설립승인 취소가 난 송파가락1지역 조합원 Y씨를 만났습니다. 30여년 간 금융권에서 종사한 Y씨는 퇴직 이후 내집 마련을 목적으로 다양한 투자처를 찾던 중 서울 송파구 내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이 추진되던 가락1·2지역 조합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송파구 송파가락1지역 일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Y씨는 "모집신고 단계에서 주택건설대지 50% 이상 토지사용권원 확보, 조합설립신청과 인가 단계에서 주택건설대지 80% 이상 확보 등이 안전한 지주택 사업 진행의 관건인 것을 알고 송파구청에 사전에 꼼꼼하게 해당 내용들을 확인 완료했다"며 "토지 동의율도 모두 확인한 후 인근 부동산 등의 조언을 참고해 2021년 3월 가락1지역 조합에 가입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년 후인 2023년 8월과 9월 감사원이 송파구에 보관된 토지사용승낙서를 점검한 결과 이 문서가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문서는 최초 조합설립 시기인 2015년과 2016년 경 토지소유자 동의율 80% 등이 위조된 채로 구에 제출된 겁니다. 이에 송파구는 지난해 2월 가락1지역주택조합과 가락2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를 취소했습니다.
 
대규모 횡령사고까지 있었습니다. 두 조합의 운영 대행사 대표는 1지역 조합장에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을, 2지역 조합장으로는 고교 동창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업무대행비를 받아 채무변제와 도박 등에 약 400억원의 조합자금을 쓴 혐의로 2023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과 추징금 396억원이 확정됐습니다. 
 
조합설립 취소 등 일련의 과정으로 최대 3억여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은 Y씨는 관할 송파구청의 무신경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송파구청에서 조합 설립 조건인 지주 80% 동의율을 확인하고 설립인가를 내줬는데, 일련의 사태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면서 수많은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애초부터 조합설립 요건 부족 사유를 알고도 이랬다면 송파구청 측의 업무상 과실이나 직무유기가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송파구청에서는 원칙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책임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개인 간의 투자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사례정도로 치부하며 사실상 '나몰라라'라는 태도로 일관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자금 관리도 너무 허술하다. 신탁으로 입금된 돈이 조합의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출금이 자유로운데, 이 돈이 아직도 신탁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믿는 조합원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송파가락1지역 일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Y씨는 이 같은 피해사실에 대해 법적 소송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박서영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행정청에 해당하는 송파구청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입증된다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며 "다만 공무원의 실수나 무성의로 인한 손해라는 점을 강하게 입증해야 승소 가능성이 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피해지원 센터 열었지만…법조계, "제도 폐지가 답" 의견도
 
지주택은 앞선 사례처럼 조합 승인 취소로 인해 투자금을 날리거나 토지 소유자와 협상 난항, 일부 시행사나 브로커들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했다는 허위 정보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사업성공률도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주택 관련 피해사례가 늘자 서울시도 지난해 8월 지역주택조합 피해상담 지원센터를 열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피해지원센터는 운영 100일간 170건의 상담을 제공했습니다. 주된 상담 내용은 지역주택조합 탈퇴 절차 문의, 납입금 환불 절차였습니다. 
 
다만 이 같은 피해지원센터 운영 시기도 너무 늦은데다 사후 지원에 가까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서영 변호사는 "지자체의 절차상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국민신문고나 감사원 민원 접수도 좋은 방법"이라며 "이외에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 등에서 상담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조합이 단체로서 집단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 행정소송을 제기하는게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구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하는 지주택 제도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제도 도입 시기인 1970~80년대와 현재가 동떨어진 부분이 너무 많다며 제도 폐지를  검토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황광선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주택법이 몇 차례 개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서영 변호사는 "정부는 여전히 ‘서민 주거안정 수단’이라는 정책적 명분 아래 해당 제도의 보완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다수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이나 인가 요건 강화가 현실적인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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