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버티기 지연전략’ 제언
최상목·안덕근 방미…막 오른 협상전
전문가들 "지연 전략 중요" 한목소리
장하준 "관세 정책 결국 실패…버텨야"
2025-04-23 16:27:49 2025-04-24 11:45:4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방미길에 오르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대응을 위한 협상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들 정부 대표단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서두르는 기색이 다분한 미국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도록 하는 지연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기술력을 갖춘 반도체와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조선·방산 등 분야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더해집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안 장관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 차분하고 신중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과 한미 조선·에너지 산업 협력을 목표로 꼽으며 양국이 향후 협력을 이어갈 수 있고 리딩(이끌어갈)할 수 있는 협의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을 방문한 최 부총리도 미국 측 관심 사항을 경청하고 우리 입장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니 그렇게 노력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대미 협상에서 실익을 얻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지연 전략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이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선정하며 협상을 서두르는 기색이 다분한 만큼 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단순히 협상을 미뤄 두자는 것이 아닌 버티기와 시간 벌기 전략이 필요하다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면서 신뢰성 있게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실무적 검토·조사·분석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의 정부 과도기 시기를 기회로 사용해 민감한 결정을 미뤄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다만, 김 교수는 협상을 마냥 미루는 것은 위험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보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협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되 타국의 협상 상황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우리가 먼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되 먼저 나서서 프리빌리지(privilege·특전)를 받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타국의 동향을 살피고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을 실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면서 시간 벌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미국이 5개 국가를 우선 협상한다고 하는 등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서두르는 느낌을 주고 있어 과도하게 미국 페이스에 말려서 협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협상단도 미국 얘기를 충분히 듣고 신 정부 출범 시 협상을 본격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어 미국이 비과세 장벽으로 지적한 항목 중 보호 실익이 별로 없는 것들은 수용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조선·방산 분야 카운터 오퍼를 통해 상호 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원하는 산업 분야가 한국에 있기에 그럴수록 우리는 시간을 갖고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집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이 원하는 수준을 우리가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서 우리의 패를 내놓고 할 단계는 아니다미국이 한국이나 일본 같은 우방국을 먼저 협상한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금 더 대화 상대가 쉬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빨리 해결하고자 서두르다 보면 너무나 잃을 게 많을 수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특히 홍 교수는 한국 정부가 혼자 가서 협상을 일방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상황을 많이 알수록 협상력은 크게 생길 것이라며 재계와 상당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그런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22일 장하준 런던대 SOAS 경제학과 교수가 국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변덕트럼프, 버틸 때까지 버텨야” 
 
이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버틸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분석도 더해집니다. 반도체와 같은 품목의 경우 한국 의존도가 높기에 미국의 군사력 유지 차원 등 협상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약자’이기 때문에 버틸 수록 얻는 것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SOAS(동양아프리카학) 경제학과 교수는 전날 국회에서 이뤄진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대한민국 경제정책 전략강연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에 최대한 지연 작전을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트럼프의 극심한 변덕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협상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미리 와서 비는 나라에 잘해주겠다고 하지만 설사 좀 괜찮은 딜을 하더라도 또 3개월 후에 뭐라 그럴지 아냐압력이 오니 협상하는 척은 해야겠지만 절대로 사인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장 교수는 미국 패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군사력’ 분야가 한국의 반도체와 조선·방산 기술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을 약자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버티면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장 교수는 이번 관세 전쟁 이후 세계 질서 재편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탈피 전략이 필요하다수출과 수입시장을 다변화하고 국제적으로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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