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진 오너일가, 상속세 끝…'현금 창출원' 정석기업 되찾나
2021년 조양호 회장 사후 상속세 마련 위해 지분 매각
고려아연에 12.13% 매각해…한진칼 이어 2대 주주
영업이익 104억원·현금 952억원 등 전략적 자산 역할 충분
2025-04-28 06:00:00 2025-04-2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9: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진(002320)그룹 오너일가가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관련 상속세 납부를 완료하면서 추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21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고려아연(010130)에 매각했던 정석기업 지분을 되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초대회장의 아호를 딴 회사로 과거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한 곳이다. 또한 부동산 관리·임대업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그룹의 재무 안정성에 기여하는 전략적 자산 중 하나다. 고려아연과의 계약에는 오너일가의 우선매수권이 설정되어 있어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난 오너일가가 향후 지분을 다시 회수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한진칼)
 
상속세로 내놓은 정석기업 지분…2700억원 상속세 지난해 말 완납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말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하면서 이에 따라 설정했던 연부연납 담보 주식 계약을 대부분 해지했다. 다만,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전히 705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유지하고 있어 그 활용 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2021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급히 매각한 정석기업 지분을 되사들이는 데 이 자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9년 조 선대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약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했다. 당시 코로나19로 그룹의 주력 사업인 항공 운송업이 직격탄을 맞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원 마련이 급해진 조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 사장은 2021년 정석기업 지분을 시장에 내놨다.
 
 
 
이 고문은 보유한 8만4685주(6.87%) 전량을 270억9900만원에, 조 사장은 5만6458주(4.59%)를 180억6700만원에 각각 매각했다. 조 회장도 보유한 5만6458주 중 9326주를 29억8400만원에 처분해 지분율이 4.59%에서 3.83%로 감소했다. 이들이 매각한 총 12.13% 지분은 이후 고려아연(010130)이 인수했다. 거래 총액은 약 480억원에 달한다.
 
현재 정석기업의 최대주주는 한진칼(180640)(48.27%)이며, 고려아연은 2대 주주다. 이 외에 조 회장(3.83%),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4.59%), 이태희 변호사(8.06%)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정석기업 지분과 관련해 고려아연과 체결한 계약에는 콜옵션(매수청구권)과 풋옵션(매도청구권)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은 특정 조건 하에 일정 가격으로 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로, 회사나 오너일가가 전략적 파트너와 사전에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으로 지분을 회수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해당 계약에는 고려아연이 정석기업 주식을 일정 기간 동안 양도인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조항과, 오너일가의 우선매수권 설정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시된 내용 외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금 창출원’ 정석기업…한진 오너일가 지분 복원 가능성에 무게
 
정석기업은 오너일가에게 자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서울 한진빌딩, 인천 정석빌딩 등 주요 부동산을 보유한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 안정적인 현금 창출 창구로 기능해왔다. ‘정석’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진그룹의 창업주 조중훈 회장의 아호에서 유래된 만큼 상징성도 크다. 실제 2013년 지주사인 한진칼 설립 전까지는 오너일가는 정석기업을 통해 간접적인 지배력이 행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진칼의 핵심 종속회사로 남아 있다.
 
지난해 정석기업의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331억원으로 425% 급증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52억원에 달해 현금 창출력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 덕분에 정석기업은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배당 뿐 아니라 그룹 계열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매입에도 나서는 등 그룹 내 자금 순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부동산 관리회사가 아니라 그룹 재무안정성과 오너일가의 배당 기반을 동시에 책임지는 ‘현금 창출원’인 셈이다. 결국 상징성과 기업 가치 측면 모두에서 한진 오너일가가 해당 지분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석기업 지분을 인수한 고려아연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정석기업 외에도 LG화학, 한화, 에스엠 등 주요 상장사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2022년에는 한화 지분을 주당 2만8850원에 매입한 뒤, 2024년 한화에너지에 2만7950원에 7.25%를 재매각한 바 있다. 일정 조건하에 지분을 되팔며 수익을 실현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볼 때 정석기업 지분 역시 향후 한진 오너일가에게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매수권 조항과 보유 제한 조건 등을 고려할 때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지분 회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고려아연이 단기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했다면, 만기 시 매각 협상을 통해 오너일가로의 환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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