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MG손해보험이 가교보험사 체제로 전환할 전망입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4.1%를 기록한 MG손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전액 출자하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이르면 이달 중 인가할 예정입니다. 가교보험사는 보험계약만 유지한 채 사실상 신규 영업 없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입니다. MG손보는 향후 제3자 인수를 전제로 보험계약 관리 체계가 넘어가는 수순에 들어갑니다. 2011년 가교보험사로 전환됐던 그린손보 사례와 유사한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MG손보, 가교보험사 전환 수순
MG손보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K-ICS 비율이 4.1%로, 금융당국의 최소 권고치인 150%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당국은 자본확충 실패가 반복되고 최대주주의 책임 이행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전액 출자하는 형태의 가교보험사는 기존 보험계약을 넘겨받아 일정 기간 유지하는 임시 조직입니다. 신규 영업은 할 수 없으며 이전된 자산을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 등 최소한의 계약 관리 기능만 수행하게 됩니다.
금융위는 오는 14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MG손보의 일부 영업 정지와 가교보험사 설립을 병행 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보험계약 이전 절차와 직원 전환 배치, 내부 통제 체계 재정비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당국은 가교보험사로 보험계약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사실상 MG손보에 대한 영업정지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업정지 조치는 기존 계약자에 대한 보장이나 보험금 지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신규 영업은 제한됩니다. 신계약으로 인한 보험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은 오롯이 이전 자산과 기존 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 투자수익에 의존해야 합니다. 자산이 소진되기 전까지 제3자 인수 또는 매각이 이뤄져야 보험계약자 보호가 가능합니다.
저축은행 사례에 비춰보면 예보기금 소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교보험사가 세워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가교저축은행을 설립하고 예보기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진행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은 가교저축은행인 '예솔'을 설립한 후 2013년 IBK기업은행에 인수됐습니다. 보해저축은행은 가교저축은행 '예스'를 거쳐 삼호산업에, 대전저축은행은 가교저축은행 '예나래'에 이어 러시앤캐시 계열에 인수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저축은행은 매각을 통해 예보기금의 일부를 회수했으나, 상당수는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MG손보 제3자 인수는 새로운 보험사나 투자자가 가교보험사를 통째로 인수해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방식이며 매각은 계약 포트폴리오를 여러 보험사에 나눠 파는 형태도 포함됩니다. 인수도 매각도 모두 출구 전략이지만 방식과 규모, 시장 영향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MG손보가 계약자 수만 100만명이 넘는 점을 고려해 청·파산 절차를 밟는 것은 보험금 지급 차질과 대규모 민원 발생 등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를 계약자 보호를 위한 완충장치로 활용하되, 실질적인 예보기금 투입을 통해 계약을 한시적으로 유지하고 이후 시장 매각 또는 통합을 추진하는 구조로 설계할 전망입니다.
보험계약자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보장 공백은 없지만 상품 조건 변경이나 이전 보험사와의 서비스 격차, 약관 해석 차이 등으로 인한 불편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특히 갱신형 실손보험이나 변액보험 등 운용 수익이나 보험료 변동이 반영되는 상품일수록 계약 이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해석 차이와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이전 약관의 우선 적용, 전환 보험 안내 의무 등 별도의 계약 이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옵니다.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MG손해보험이 가교보험사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사진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가 지난 3월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정문 앞에서 MG손해보험 정상매각 촉구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MG손보 전신 그린손보 도돌이표
MG손보는 그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처럼 부실금융기관 지정 후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린손보는 201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예보의 관리 아래 정리 절차를 밟았으나 자체적인 건전성 회복에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2013년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해 MG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다만 그린손보는 가교보험사로 전환되지는 않았고, 계약 이전도 예보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예보가 출자한 가교보험사가 MG손보 계약을 인수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간 보험금 지급과 계약 관리 기능을 맡고, 이후 매각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입니다.
MG손보는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지만, 저가형 실손보험이나 미니보험 등 틈새 상품 비중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이로 인해 인수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보험계약 관리에 필요한 조직 안정성과 시스템 통합 부담, 상품 연계성 부족 등이 인수 후보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수 의향을 가질 수 있는 일부 보험사나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영업 재개를 위한 자본 투입 부담과 수익성 검토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보험사와의 상품 연계성이 떨어진다면 계약 이전 시 상품 간 약관 충돌, 고객 불만, 시스템 이전 비용 등 여러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G손보 구조조정 방식은 2011년 가교보험사로 전환됐던 MG손보의 전신인 그린손해보험 사례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MG손해보험.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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