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마포구가 서울 자치구 중에서 구민 행복도 1위에 오른 건 주민들의 소소한 문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효도밥상'이 행복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마포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년째 주민 행복도가 1위입니다. 2022년 7월 박강수 구청장이 취임하고부터입니다. 통계청 '지역사회조사'에 따르면, 마포구 주민들의 행복도(10점 만점)는 △2021년 6위(6.37점) △2022년 8위(6.75점)였습니다. 하지만 박 구청장이 취임한 뒤인 2023년 1위(6.96점)에 올랐고 2024년에도 1위(7.50점)를 달성했습니다.
박 구청장은 지난 13일 구청장 집무실·회의실에서 이뤄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도 "어르신과 장애인 같은 약자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구민의 행복을 강조했습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13일 구청장 회의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취임 이후 줄곧 '구민 행복도' 1위를 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구민들의 행복은 구청이 큰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아주 소소한 문제에서 구민이 즐거워하는 게 행복이에요. 사실 마포구 교부금은 서울시에서 2022년 22위, 2023년 23위입니다. 교부세나 교부금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행복도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주 소소한 문제에서부터 많은 신경을 썼어요. 구민 일상생활을 행복하게 만들어보자. 즉, 밥 먹는 것이 행복해야 되고 친구를 만나는 등 이런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 구민이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꼈을 때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주민들이 (일상에서)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게 행복지수를 높이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 점심을 주는 '효도밥상'은 어떤 정책인가요.
오늘(13일)도 아까 할머니 4명이 와서 "효도밥상 때문에 살쪘어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효도밥상이 어르신들의 행복도를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효도밥상은 무료인 데다 국까지 포함해서 7첩 반상이고, 영양사가 매일 다르게 식단을 짭니다. 효도밥상을 위해서 반찬공장까지 만들었어요. 기존에는 한 끼당 5000원 정도의 단가를 주민 후원금으로 충당하다가, 반찬공장 덕분에 약 1800원으로 줄어든 겁니다. 또 각 주민센터 옥상에 스마트팜을 만들어서 채소류를 직접 키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가가 1200원,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 마포구청장 집무실엔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화분엔 "효도밥상 감사합니다. 신수동 노인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024년 5월 서울 마포구 용강동 효도밥상 2호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마포구)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구청에서 공덕동에 장애인 운동센터를 만들려다가 한번 난리가 났었습니다.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을 기피 시설로 여기고 반대한 겁니다. 그래서 '장애인' 대신 '누구나'로 이름을 바꿔서 '마포누구나운동센터 공덕점'으로 명명했더니 민원이 1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장애인 시설 명칭에 '누구나'를 붙이게 됐습니다. 장애인의 문화·여가 활동 공간인 '누구나 문화창작소', 장애인이 운영해 수익을 가져가는 '누구나 카페' 등이 그 사례입니다. 저는 어르신·장애인·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 약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장애인 관련 운동을 한 경험이 구청장 되고서 장애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영향을 끼쳤습니까.
제가 한 20~30년 전에는 장애인 선수 후원회인 '붉은 태양'을 만들어 후원회장도 했습니다. 장애인사격연맹 중앙회장도 했고요. 환경단체협의회 공동대표도 했고, 민주화운동, 소비자운동, 민족운동도 해봤습니다. 이 경험들이 구청장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민간단체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하려다가 안 됐던 일을 공직 사회에서는 할 수 있잖아요. 제가 10여년 전에 75세 이상 어르신들한테 무상급식을 해봤는데, 민간인의 힘으로 어려워서 중단했거든요. 이게 결국 효도밥상까지 이어진 겁니다.
현장 경제 살리기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구청이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마포순환 열차버스'입니다. 사람들을 분산해서 골목상권을 고루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강에서부터 망원시장, 레드로드(경의선숲길~홍대~당인리발전소를 잇는 2㎞ 구간의 홍대 문화예술관광특구 테마 거리), 한강변 반려동물 캠핑장까지 17개 정류장을 모두 다 다닐 수 있어요. 어느 호텔에서는 한꺼번에 티켓 500매를 사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52%가 마포 레드로드로 옵니다. 홍대를 찾는 사람 중 70% 정도는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우리는 결국 외화를 벌어들이는 거예요.
'김대중길'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 앞 골목길에 김대중길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했습니다. 사저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추진하고 있는데, 국가유산청의 결정만이 남아 있어요. 저는 민주당과 당적이 다른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김 전 대통령을 사저 문제로 논란이 됐을 때 차라리 구청에서 거기를 매입한다고 했습니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배기선 전 의원,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저한테 환호를 하는 거죠.
마포구 지역 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문제입니다.
마포구민들이 지난 1월10일 소각장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2심에서도 무난하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포구가 소각장에 협조를 안 해서 서울시로부터 교부금을 적게 받는 게 아니냐고 저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마포구만 아니라 서대문·종로·용산·중구 쓰레기까지 하루 750톤을 처리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한국지역난방공사 중앙지사까지 있어서 마포구가 2023년 서울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의 50.28%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런 마당인데 추가로 소각장까지 지으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60%로 만들겠다는 겁니까, 70%로 만들겠다는 겁니까. 서울시가 소송을 계속 밀어붙이면 소송을 걸어서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려고 해요.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13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구청장은 살림꾼이 해야 됩니다. 정해진 예산을 어느 곳에 쓸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예산을 잘 아껴서 구민들을 위해 복지, 문화, 체육 시설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효도밥상의 경우도 밥상 차리는 돈은 전부 주민이 주는 후원금으로 충당합니다. 세금을 안 쓴다는 거지요. 마포구는 관리비와 운영비만 지원합니다. 구청이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겁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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