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조현범 회장 1심 임박…한국앤컴퍼니 경영 안정성 '시험대'
횡령·배임 혐의 1심 선고 29일 예정…검찰 징역 12년 중형에 판결 관심
조 회장 광폭 행보에 한온시스템 인수 등 올해 재계 순위 27위로 상승
김앤장·율우 등 초호화 변호인단…이재현 회장 담당 변호사·전 법무부 차관 등
2025-05-23 06:00:00 2025-05-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0일 18: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재계 30위권에 진입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오너의 사법 리스크에 마냥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3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회장의 1심 선고가 이달 29일로 다가오면서 법원 판결에 따라 그룹 경영 전반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한온시스템(018880) 인수합병(M&A)과 미래사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만약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될 경우 경영 안정성에도 중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앤컴퍼니)
 
실형 여부 따라 커지는 경영 불확실성
 
20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계열사 부당지원과 2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오는 29일 첫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2023년 검찰의 기소로 본격화됐다. 검찰은 징역 12년과 추징금 약 7800만 원을 구형한 상태다. 앞서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모든 게 저의 불찰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준법경영시스템을 약속하고 가장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 내부에서는 법원 결정을 신중히 지켜보자면서도 무죄 판결이나 집행유예에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활발한 대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조 회장의 행보를 고려하면 1심 선고에 대해 어느정도 기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경영 전반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내부에서도 고무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구형한 점을 감안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이 이미 지난 2020년 비슷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고, 이번 사건도 총수 개인적 이익이 개입된 혐의라는 점에서 실형 가능성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양형 의견에서 “총수가 그룹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중대한 범죄”라며 엄중 처벌을 요청한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형이 선고될 경우 현재 조 회장이 추진 중인 미래 전략과 대외 행보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내 의사결정 공백과 리더십 부재 등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한온시스템과의 합병 후속 통합 작업과 신사업 발굴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타이어와 한온시스템 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너 부재에 따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검찰 구형이 확정되거나 감형되더라도 실형이 집행되는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취업 제한 조항에 따라 5년간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또 대통령 선거 이후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사 충실 의무에 주주 포함)이 재추진될 경우 주주의 움직임에 따라 경영권 박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부담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총수 개인의 리스크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감경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유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과 사회적 비판 여론을 고려하면 실형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법적 사안에 대해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호화 변호인단 총동원…1인 중심 지배구조
 
조 회장은 매머드급 변호인단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무죄 선고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국내 대표 로펌 김앤장과 법무법인 율우를 동시에 선임해 20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 가운데 전직 부장판사가 6명, 검사 출신이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업 형사사건 전문 인력으로 꾸려진 초호화 법률진이다. 변호인단에는 이재현 CJ(001040) 회장의 횡령 사건을 맡았던 안정호 변호사와 전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창재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
 
안정호 변호사는 2015년 이재현 회장의 횡령 배임 사건과 2013년 정휘동 청호나이스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에서 각각 대법원 파기환송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이 회장 사건은 결국 실형 선고로 끝났지만, 정 회장 사건은 고법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조 회장 측은 이번 사건에서도 유사한 판례를 바탕으로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올해 27위에 올랐다. 지난해 49위에서 22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한온시스템 인수에 따른 자산총액 증가 덕분이다. 지난 10일에는 창립 84주년을 맞아 직접 글로벌 임직원 5만여명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글로벌 하이테크놀로지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룹 차원에서 처음으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까지 동시에 발표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나섰다. 조 회장이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과 미래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1심 선고 결과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사실상 조 회장 1인 중심의 지배구조다. 조 회장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 등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배력은 47%가 넘는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4.77%를 들고 있다. 조현범 회장→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161390)테크놀로지→한온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견고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조 회장의 부재는 단순한 인사 공백을 넘어 전략 실행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회장이 모빌리티 전환과 기술 중심 신사업 확장을 직접 설계하고 진두지휘해온 만큼 오너 리스크는 곧 경영 리스크로 연결된다. 일각에서 조 회장에 대한 경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CVC를 포함해 조 회장이 기획한 대부분의 경영 프로젝트가 총수 의사결정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라며 “이번 사법리스크를 계기로 지배구조 다변화나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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