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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대성파인텍(104040)이 최근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3년 이상 적자를 이어온 ‘한계기업’ 모노리스와 합병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성파인텍은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두 회사 모두 현금창출력과 재무 여력이 약한 상태라 오히려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대성파인텍)
대성파인텍·모노리스 모두 1분기 ‘영업적자’…재무부담 가중 ‘우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성파인텍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ICT 융복합 기반 테마파크 콘텐츠 기획 및 어트랙션 개발 기업인 모노리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비율은 대성파인텍 1주당 모노리스 주식 6.0714주로 결정됐으며, 합병기일은 오는 9월1일이다. 양사는 7월5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 합병 안건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대성파인텍은 이번 합병이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성파인텍와 모노리스의 실적과 재무상태를 들여다보면 이번 결정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대성파인텍은 올 1분기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0.6억원) 대비 적자전환한 것이다. 수익성이 악화되며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한 합병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피합병법인 모노리스의 실적이다. 모노리스는 최근 3년 동안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한계기업이다. 모노리스는 2022년 이후 계속된 연간 적자에 따라 순손실이 누적되고 있으며, 총차입금 증가로 인해 재무구조 또한 악화된 상태다. 회사는 올 1분기 역시 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모노리스의 순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400억원에서 올 1분기 454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대성파인텍 역시 순부채가 187억원에 달해 두 기업이 합병하게 될 경우 재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부채는 총차입금에서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빼고 남은 부채 규모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대성파인텍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모노리스의 순부채(순차입금) 증가는 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성격상 적절한 차입금을 사용하는 것이 자본 효율상 유리하기 때문에 부채를 사용했다"면서 "양사 합병 시 자산 규모가 약 2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양사의 순부채 규모는 이에 비해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성, 연간 적자 겨우 끊어낸 국면서 적자기업과 합병 결정
다만 대성파인텍이 2022년부터 적자를 지속해오다 지난해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현금창출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기업과 합병을 단행한다는 점에서 시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대성파인텍은 이번 합병이 장기적인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대성파인텍은 현재 국내 완성차 부품 공급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벗어나 모노리스가 보유한 테마파크 관련 지식재산권(IP)과 콘텐츠 기획·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테마파크 프랜차이즈 사업으로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모노리스는 ‘9.81파크 제주’를 운영하며, 중력 기반 레이싱 어트랙션 ‘RACE981’ 등을 포함한 ICT 기반 테마파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대성파인텍은 이 같은 콘텐츠와 기술력을 적극 활용해 테마파크의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점을 포함한 국내외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병준 대성파인텍 대표는 “회사의 안정적인 제조 역량에 모노리스의 독자적인 콘텐츠 기획력과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라며 “이번 합병을 통해 확보한 신규 성장동력을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성파인텍은 모노리스의 어트랙션 생산 공정을 내재화하고, 자사의 자동차 부품 기술력을 기반으로 어트랙션 부품 제작부터 조립, 품질관리까지 일괄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또한 9.81파크 제주에 이어 향후 전국 및 해외로 사업장이 확대됨에 따라 유지보수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안정적인 유지보수 시스템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기존 자동차 부품 사업과 테마파크 콘텐츠 사업이 각각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병 이후에도 독립된 사업 부문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성파인텍은 이를 통해 기존 제조업 기반의 수익성과 모노리스가 보유한 콘텐츠 및 운영 노하우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성파인텍의 주력 사업과 모노리스의 사업 분야가 다소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테마파크 콘텐츠 및 어트랙션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수익 실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양사 모두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신규 사업에 나설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성파인텍이 단기 실적 개선보다 장기 성장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노리스의 재무리스크와 수익성 부진을 고려하면 재무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양사의 합병이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모노리스를 품는 대성파인텍이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성파인텍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합병은 모노리스의 수익성과 재무리스크를 모두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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