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이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저신용 고금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2금융권에 대한 금리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신용점수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며, 정부의 과도한 금리 개입이 오히려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의 금융 구조는 역설적"이라며 "저신용, 저소득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고신용·고소득 계층은 낮은 금리를 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은행이 예금이자와 신용대출 때문에 망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부실 투자와 부실 담보로 위기를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피해는 결국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면서 "고신용자엔 저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죽을 지경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0.1%만이라도 부담을 조금 더 지워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고신용자에게 이자를 높이고 저신용자에게 이자를 낮추자는 이 대통령의 방식은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금리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사는 가산금리를 책정할 때 조달 비용, 리스크, 유동성, 신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저신용자는 연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사가 그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가산금리를 높게 산정하고, 반대로 고신용자는 연체 가능성이 적어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받는 구조입니다. 이런 금융 원칙을 흔드는 발언이 나오면서 금융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2금융권은 저신용자에게 10%가 넘는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 신용대출뿐 아니라 서민금융 상품인 사잇돌2 대출에서도 저신용자에게는 10%가 넘는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역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대출에 10~15%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고금리를 직접 지적하자 업계 반발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2금융권 관계자는 "신용 사회에서 저신용자가 금리를 높게 받는 건 당연한 원칙"이라며 "고신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아니라 합당한 계산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정이 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저신용자는 오히려 대출이 어렵게 된다"며 "금융 원칙을 흔들면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는 시기에 저신용자에게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며 "대출을 조이라고 하면서 금리를 인하하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취지인지 알겠지만 고신용자에 전가하라는 방법은 시장에 반발이 클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21년 3월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라며 법정 최고 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했지만, 대출 문턱이 올라가며 불법 사금융 이용이 되레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사진은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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