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NPL자회사 설립…'가격'이 관건
경공매 안되자 부실채권 정리 자회사 설립 시도
2025-05-30 14:50:05 2025-05-30 14:50: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NPL)을 정리하기 위한 전문 회사를 세워 하반기부터 거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공매로 자산 회수가 어려워지자 일대일 협상이 가능한 방식으로 방향을 바꾼 것인데요. 시장에서는 거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여전히 매각가를 꼽고 있습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먼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분 100%를 보유한 NPL 전문 관리 자회사 설립을 3분기 중으로 완료할 예정입니다.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 규모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채권을 우선 정리 대상으로 검토 중입니다. 부실채권은 자본금의 10배까지 사들일 수 있고, 중앙회는 향후 자본금을 1000조원, 부실채권을 1조원 사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설립은 기존 법령 내에서 가능한 구조로 추진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업권의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초 감독규정을 정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협중앙회는 이미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입니다.
 
저축은행들이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경공매 방식의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관하는 경공매는 여러 투자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공개 경쟁입찰 방식입니다. 절차가 투명한 장점은 있지만, 입찰 자체가 무산되거나 낙찰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각이 지연되면 회수율이 낮아지고 자산 정리 속도도 떨어집니다.
 
NPL 자회사 모델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자회사가 일정 부실자산을 넘겨받아 별도 거래주체가 되면 개별 투자자와 조건을 조율해 일대일로 협상할 수 있습니다. 일괄 매각이 어려운 자산은 분할하거나 조건부로 거래할 수 있고 매각 시점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회수 전략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자회사 설립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공동펀드 조성도 병행합니다. PF 부실채권을 묶어 펀드로 구성한 뒤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거나 수익화하는 방식입니다. 자산을 합쳐 거래 단위를 키우면 투자자 유인을 높일 수 있고, 위험도 분산됩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2분기 중 자회사 법인 설립을 신청할 계획"이라먀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된 PF 대출은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자회사 설립과 공동펀드 조성을 통해 저축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경공매와 자회사 방식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경공매는 캠코가 주관해 복수 투자자가 동시에 입찰하며 가격을 정하지만, 자회사 방식은 특정 투자자와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있습니다. 경공매는 절차가 빠르고 투명한 반면 유찰 가능성이 있고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자회사 방식은 유연하게 조건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전거래나 내부 거래 충돌 우려가 있어 보다 엄격한 내부통제가 요구됩니다. 
 
방식을 떠나 쟁점은 결국 '가격'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부실자산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장부가보다 낮은 수준의 할인율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PF 부실채권의 경우 통상 장부가 대비 30~50% 이상 낮춘 가격이어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할인은 회계상 손실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이어져 저축은행으로서는 적극적인 매각을 망설이게 되는 요인이 됩니다.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과도한 매각보다 경영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PF 연체율이 일부 상승한 데 대해 "연체율 등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4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연체율은 9%로 상승했습니다. 업계는 NPL 자회사가 본격 가동되는 4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NPL 자회사가 설립돼도 부실채권을 무작위로 사들일 수 없다"며 "자회사로 넘어온 부실채권 또한 전문 회사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평가 법인으로부터 적절한 감정가를 받아야 하고, 원매자가 많아질 수 있는 시장 회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NPL)을 정리하기 위한 전문 회사 설립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실제 거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저축은행 이미지.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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