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7월 시행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를 적용하는 데 있어 지방에는 속도 조절을 예고했지만, 지방 저축은행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절벽이 여전한 데다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에도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견해입니다.
지방 저축은행, 수도권 대비 실적 격차 심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수도권과 지방의 시장 상황을 반영해 스트레스 DSR 3단계의 적용 속도 차등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한도를 산출할 때 금리 변동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금리 변동성에 대한 위험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DSR 규제를 강화해왔으며, 이번 확대 시행은 사실상 그 마지막 단계입니다. 특히 지방 저축은행들은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이 높아 규제에 따른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소재 저축은행들은 약 6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으로 묶이는 경기·인천 지역의 저축은행들은 728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지방권역인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 △충청 모두 흑자를 낸 곳은 없으며 적자 규모는 총 4884억원에 달합니다. 저축은행 고객 약 70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지방권 고객 수는 해마다 감소세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체율 격차도 뚜렷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약 3.5% 수준이지만 지방 저축은행은 평균 5% 이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이 커 수도권보다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며 "지방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리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지방 저축은행의 성장 동력에 제약을 주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운 데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전환 속도도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늦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저축은행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수도권 저축은행 대비 약 30%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악화한 시장 살리기엔 근본적 한계
금융당국은 이달 중 스트레스 DSR 3단계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며 업계 의견을 반영해 지역별 세부 기준을 조율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규제 시행 전 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일반적으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별 대출 목표치를 설정하고, 업계와 협력해 대출 관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용 속도를 조정하겠다"며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차등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속도 조절만으로는 지방 저축은행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대출 수요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의 개선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조절하고 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비생산적인 투기를 막겠다는 게 목적"이라며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대출받는 것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연체율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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