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직격탄’…5월 자동차 대미 수출 32%↓
자동차 수출, 전년 동기 대비 4.4%↓
4월 수출 감소율보다 12.4%p 높아
관세 장기화 시 부품업체 피해 확산
2025-06-01 17:44:35 2025-06-01 17:44:35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우리나라 2대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가 지난달 큰 폭의 수출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현대차, 기아, 한국GM의 미국 수출 비중이 최대 85%에 이르는 가운데 자동차 관세가 장기화되면 자동차 부품업체의 피해도 불가피합니다.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2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무려 32% 급감하며 1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자동차 관세가 발효됐던 지난 4월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입니다. 지난 4월 당시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율은 19.6%였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 원인으로 트럼프 관세 외에는 별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부터는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재고 소진에 집중하고, 미국 수출량을 줄였습니다. 그 결과 대미 수출이 감소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가 미국 현지 재고분에 의존할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의 대미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각각 54%, 28%, 85%에 이르는 상황인 반면, 현지 재고분은 2~3개월 치에 불과합니다.
 
이에 국내 완성차 1·2위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현지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3만대)과 기아 조지아공장(35만대)을 풀가동하고, 최근 준공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산 규모를 50만대로 늘려 현지 생산 대수를 작년 미국 판매량(171만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선 전기차 공장으로 고안됐던 HMGMA에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체제를 갖춰야 하고, 부품 조달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해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모든 모델의 권장 소매 가격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입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초 이번 달 2일까지 두 달간 모든 라인업의 권장 소매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관세 여파 흡수를 위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현지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수출에는 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동차 공장에서는 생산 감소 징조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울산 1공장 2라인의 휴일 특근을 취소하는 등 전기차 생산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해 연간 기준 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한미 간 관세 실무 협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관세 장기화 시 피해는 완성차업체에 더해 부품업체까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미국과 자동차 관련 합의를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업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5월 수출입 동향에서 미국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여파가 생각보다 빠르게 자동차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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