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고기 싹 다 올랐다…하반기가 더 걱정
전쟁·환율·비료값 ‘3중 압박’…생산비 전반 상승
2026-04-07 17:35:28 2026-04-07 17:46:42
[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과일·채소·고기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밥상 물가 전반으로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이상기후가 겹치며 비용 상승 요인이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쌀값(20㎏)은 6만2751원으로 전년 대비 16.1% 상승했습니다. 깐마늘(1㎏)은 1만2755원으로 9.9% 올랐고, 계란(특란·30개)은 6939원으로 7000원대에 다다랐습니다. 닭고기는 15.4%, 한우 안심은 21.8% 올랐습니다. 3월 축산물 소비자물가는 6.2%로 전체 물가상승률(2.2%)의 세 배에 달했습니다. 주요 품목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밥상 물가 전반에 부담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격 불안의 1차 진원지는 중동발 공급망 충격입니다. 국내 농업용 요소의 38.4%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으로 동남아산 비료 가격은 전년 대비 54% 급등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상운임과 농기계 연료비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수입 곡물과 사료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 구조상 생산비를 직접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료 원료 운송비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계·양돈 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곡물·팜유·대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축산물 생산비 전반을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결국 생산비 전반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농축산물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의 납품가 인상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며 “현재로서는 가격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는 원가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물류 거점 최적화와 적재 방식 개선, 창고비 절감, 생산 고정비 혁신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생산분과 생산 예정분을 포함해 상반기까지 사용할 물량은 확보돼 있으며, 중동 외 동남아 지역으로도 원자재 도입 계약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망 충격의 물가 반영 시차에 대해 “통상 3~6개월 정도로 보지만, 품목별로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농사 시점과 투입재 사용 시기, 재고를 어떤 가격에 확보했는지에 따라 가격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전쟁 지속 여부에 따라 재고를 언제, 어떤 수준에서 소진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남아 있다”며 “현재 상황은 전쟁 전개 양상에 상당히 의존적인 구조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상기후까지 겹쳐...하반기 물가 더 오른다
 
공급망 충격에 더해 기후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작황이 흔들리며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는 흐름입니다. 봄철 개화 시기 이상저온과 여름철 집중호우, 병충해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난 2024년 사과 생산량이 30% 감소하며 ‘금사과’ 현상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기후 변수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요인이라는 점에서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소로 지목됩니다.
 
소비자물가지수 변화 추이.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장마와 폭염이 겹칠 경우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식량 가격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8.5포인트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분기 원자재 구입가격 전망지수도 112.1로 추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 대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난방용 유류 유가연동보조금과 무기질비료 가격 보전 사업을 추경에 반영했습니다. 쌀의 경우 정부양곡 15만t 공급 계획에 따라 지난달부터 순차 공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단기 공급 확대 중심의 대응으로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김 연구위원은 기후 리스크와 공급망 충격이 동시에 작용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투입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중첩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투입재 비중을 고려하면 환율이 10%만 올라도 생산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가격 상승 요인이 이미 누적된 만큼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쟁이 단기간에 종료되느냐에 따라 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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