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추방에 주방위군까지 투입, '막무가내' 트럼프
교황도 비판하는데… 미국 사회 혼돈·분열 조장
불법 이민자 추방 저조…이민단속 새로운 국면전환 시도
2025-06-09 14:54:16 2025-06-09 17:29:51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밖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을 상대로는 막무가내식 시위 진압으로 혼돈과 분열을 뿌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체류 단속을 본격화한 건데요. 이민자 급습에 반대하는 시위가 사흘째 충돌 중인데 트럼프 정부는 주방위군까지 투입해 진압에 나서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교황 또한 트럼프를 겨냥하며 '정치적 민족주의'를 비판했습니다. 언론들은 불법 이민자 추방 실적이 저조하자 트럼프가 더욱 의도적이고 선동적인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소탕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대원들이 에드워드 R. 로이발 연방 건물 밖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명령에 '이민단속시위 진압' 주방위군 LA 배치
 
8일(현지시간) 주방위군 300명이 LA에 도착했습니다. LA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일어난 대규모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투입을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오늘 투입된 주방위군은 이런 유형의 군중 상황 대응을 위해 특별히 훈련받은 병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댄 본지노 부국장 또한 이날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폭력을 사용해 이런 작전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나 조사받고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LA에서 일어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가 내란은 아니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군대를 투입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힌 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우리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우리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A에서 대규모 시위는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과 FBI 등이 다운타운의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매장을 급습해 이들 지역에서 일하는 불법이민자 44명을 체포·구금하면서 촉발됐습니다.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가 시작됐는데 ICE 요원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진압복을 입은 요원들은 고무탄과 섬광탄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을 벌였습니다. 시위를 더 큰 공포로 확대시킨 건 트럼프의 주방위군 파견입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개빈 뉴섬의 권한을 우회해 주 방위군을 LA에 파견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소집한 건 60년 만에 처음입니다. 브래넌 정의센터의 엘리자베스 고이테인 선임국장은 "1965년 이래 대통령이 주지사의 명시적인 승인 없이 국내 작전을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해에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에 군대를 파견했다"고 밝혔습니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으로 출발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연방정부 명령' 주방위군 동원…1992년 'LA 폭동' 이후 처음
 
<뉴욕타임스>는 최근의 급습은 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의 새로운 국면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많은 수의 이민자를 구금하고 추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 대한 항의는 더욱 대립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치소에서 이민세관단속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요원 및 경찰관과 충돌하기 시작했으며, 요원들이 직장과 법원 청문회에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을 때 사람들이 충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CNN>은 미국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을 연방정부 명령으로 동원한 사례는 1992년 흑인 인종차별 문제로 촉발된 LA 폭동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ICE 회의에서 하루에 불법 이민자 3000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연간 불법 이민자 100만명 추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700명을 체포해야 합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첫 100일간의 하류 평균 체포자 수인 665명의 4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건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당국이 서류 미비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미국 노동자 1억7000만명 중 약 4%가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입니다. 
 
교황 레오 14세 또한 이날 특정 국가나 인물을 밝히진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민족주의 정치 운동 세력과 이들의 '배타적인 자세'를 비판했습니다. 미사에서 레오 14세는 "사랑이 있는 곳에 편견과 우리를 이웃과 갈라놓는 ‘안전’ 지대, 그리고 불행히도 지금 정치적 민족주의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은 설 자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레오 14세가 교황에 선출되기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및 제이디 밴스 미 부통령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교황이 되기 전 그의 마지막 게시물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지난 4월14일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한 정책에 대해 '이웃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비판한 워싱턴 대교구 에벨리오 멘지바르 주교의 기고문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양심이 혼란스럽지 않습니까? 어떻게 조용히 있을 수 있지?"라고 게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들도 대통령의 주방위군 배치를 비판했습니다. 애덤 쉬프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이나 계엄령 발령 등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위대와의 폭력적인 대결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또한 단속에 다수 자국인이 체포된 사실을 확인하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찾고 자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 정직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8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당국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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