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변곡점 맞은 사모시장)①'대기업 빠지고 PEF 뜨고'…M&A 지형 재편
대기업, 소규모 전략적 M&A 집중…PEF, 인수 주체로
세컨더리 딜 활황…굵직한 매물 사모펀드끼리 나눠
IPO 침체 장기화에 재무적투자자 손바뀜도 늘어나
2025-06-18 06:00:00 2025-06-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14: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상장사 인수 확대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참여, 제도적 기반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PE 시장의 역할과 위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단순한 자본 공급자를 넘어 시장 재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사모펀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전략 변화와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 등으로 사모펀드(PEF)가 핵심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들이 신사업 중심의 선별적 M&A에 집중하다 보니 PEF들이 주요 인수자로 나서고 있으며, IPO 시장 한파는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로 하여금 공모가 아닌 사모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과거와 달리 M&A 시장과 IPO 시장 등에서 사모펀드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투자 전략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사모펀드 간 사고파는 '세컨더리 딜'은 더욱 활황을 띨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업계에선 재무적투자자(FI) 간 손바뀜도 잦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대기업, 소규모 전략적 M&A '집중'
 
최근 3년간 대기업 M&A를 살펴보면 ‘덩치 키우기’보다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타깃팅에 집중된 양상이다.
 
예를 들어 삼성은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와 자동차 전장 오디오(마시모 인수)를 중심으로, LG(003550)는 배터리·스마트홈·바이오(앳홈·아베오 인수)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005380)는 미래 모빌리티(KT 지분교환, 포티투닷 인수), SK(003600)는 친환경 에너지 및 반도체 소재(TES 인수), 롯데는 2차전지 핵심소재(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및 바이오 공장(BMS) 확보에 나서는 등 신사업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기업을 사들였다. 
 
 
 
최근 3년간 SK에코플랜트의 TES 인수와 롯데케미칼(011170)의 일진머티리얼 인수, 올해 삼성 플랙트그룹 인수 등 제법 굵직한 M&A 소식도 있었지만, 과거에 비하면 주로 소규모 전략적 M&A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지난해만 놓고 보면 주요 대기업들의 1조원 이상 대형 M&A 소식은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 인수가 유일했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보탠다. 삼성전자(005930)가 2016년 하만카돈 인수 이후 유럽 최대 공조업체 플랙트그룹을 2조38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기지개를 켰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전체적인 대기업의 M&A 투자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다.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준 국내 20대 대기업이 단행한 M&A와 타기업 출자 규모는 2022년 16조338억원에서 2023년 6조1736억원, 지난해엔 4조819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17년(3조6407억원) 후 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PEF들의 입지는 한층 올라갔다. 과거엔 대기업들이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서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를 흡수했다면, 최근엔 국내 사모펀드가 대기업들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업 재편 파트너로 나서는 등 PEF들이 대기업을 대신해 매물을 소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SK그룹의 주요 매물들을 한앤컴퍼니가 줄줄이 인수하면서 대기업-PEF 상생 관계를 다진 것이 대표적이다.
 
SI 인수 줄고, 사모펀드 간 손바뀜 늘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주요 SI의 인수 소식이 줄어들다 보니 M&A시장에선 사모펀드 간 손바뀜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에코비트(2조700억원)와 지오영(1조9500억원), KJ환경(1조원) 등 ‘조 단위’ 규모의 세컨더리 딜이 성사됐으며, 제뉴원사이언스(6200억원), 녹수(4500억원), UTK(3000억원) 등도 사모펀드 간 거래로 이뤄졌다.
 
올해는 대표적으로 매쿼리자산운용이 보유한 최대 5조원 몸값의 DIG에어가스 인수전에 블랙스톤와 브룩필드, 스톤피크 등이 참전했고, 베인캐피털이 매물로 내놓은 미용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 예비입찰에도 KKR과 칼라일, 힐하우스캐피털 등 글로벌 사모펀드가 대거 참여하는 등 세컨더리 딜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롯데카드(3조원) ▲HPSP(2조원6000억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모던하우스(1조원) 등이 조 단위 매물로 나와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세컨더리 딜 성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처럼 조 단위 매물이 오고 가면 과거엔 삼성과 대우의 자동차·전자사업 맞교환 등 대기업 간 주요 계열사를 교환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M&A 거래의 10%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거래 규모 기준 30%, 건수 기준 40% 이상을 차지한다. 2012년 3.4%에 불과했던 세컨더리 딜도 2023년 8.9%로 급증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결성액 증가와 신생 운용사 참여 등 경쟁 확대로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세컨더리 딜이 증가하는 배경”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엔 운용사 회수 수요와 드라이파우더 소진 필요성까지 맞물리면서 M&A를 통한 회수 비중은 감소하고 세컨더리 딜을 통한 회수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IPO 시장 침체 길어지자 사모시장 '노크'
 
IPO 시장 한파로 공모시장은 침체된 분위기지만, 이에 반해 사모시장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FI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등은 IPO가 지연되자 상장 대신 FI 간 손바뀜을 통한 투자회수(엑시트)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IPO 시장은 마땅한 대어급 공모주가 부재한 가운데 상장에 도전한 기업들도 공모가를 대폭 낮추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주요 FI들은 당장 공모에 나서기보단 사모시장을 찾는다. 당장 경영권을 매각할 수도, 낮은 가치에 무리한 상장 도전에 나서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 겹치면서 FI 손바뀜이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또 시장이 커지다 보니 매각 규모에 따라 복수의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투자하는 클럽딜 등 다양한 리스크 분산 전략도 나오고 있다.
 
통상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VC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혹한기가 이어지며 리드 투자자의 과감한 베팅보단 클럽딜 형식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하지만, 그동안 사모펀드 업계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BNW인베스트먼트와 윤진파트너스의 언일전자 인수, 아든파트너스와 MC파트너스의 희성화학 인수 등 중소형 하우스 중심으로 클럽딜이 이뤄졌고, 올해 3월 마무리된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도 IMM과 스틱인베스트먼트이 힘을 합치는 등 대형 사모펀드들까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클럽딜을 주요 투자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PEF가 회사를 발굴하고 대기업이 전략적투자자로 나서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수 주체가 PEF로 옮겨가면서 다양한 전략이 나오고 있다”며 “경영 효율화를 통한 밸류업 외에도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 전략에 따라 역량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