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사장 더이상 낙하산 안돼"…항공산업도 '전문경영인' 시대
주가·매출액·영업이익 등 경영성과 '낙제'
윤캠프출신 비전문가 임명 우려 현실로
항공산업·기업경영 이해 높은 인물 필요
정권 차원 국가전략산업 관심·지원 필수
2025-06-16 16:45:31 2025-06-16 16:49:09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오는 9월까지인 임기를 석 달여 앞두고 이달 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차기 KAI 사장에 관심이 높습니다. KAI 내부는 물론 정치권과 방산업계에서도 더 이상 '낙하산' 사장이 미래 전략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공우주 분야 대표 기업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공군 중장 출신으로 윤석열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는 강 사장 재임 3년여간 KAI의 경영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강 사장이 취임한 2022년 9월6일 KAI 주가는 6만2000원이었고, 지난 13일 KAI 주가는 58% 상승한 9만7700원이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간 주요 K-방산기업 주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K-방산을 이끄는 대표 기업들의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KAI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만6992원에서 94만5000원으로 986% 상승했고, 현대로템은 2만9900원에서 18만6800원으로 625%, LIG넥스원은 10만9000원에서 52만6000원으로 383% 상승했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더 심각합니다. KAI의 2023년 매출액은 3조8193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3조6337억원입니다. 5% 정도 감소한 것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액은 2023년 7조8897억원에서 지난해 11조2401억원으로 42% 증가했습니다. LIG넥스원 매출액도 2023년 2조3086억원에서 지난해 3조2763억원으로 42% 증가했습니다. 현대로템 역시 2023년 3조5874억원에서 4조3766억원으로 매출액이 22% 늘었습니다. 
 
영엽이익도 이들 4개 회사 중 KAI만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2475억원에서 3% 줄어든 2407억원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업이익은 2023년 5943억원에서 지난해 1조7319억원으로 191% 증가했습니다. 현대로템은 2100억원에서 4566억원으로 117%늘었고, LIG넥스원도 1864억원에서 2298억원으로 23% 늘었습니다. 
 
강 사장 취임 초부터 제기돼온 '경영 경험이 전무한 캠프 출신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강 사장 재임 기간 국내에서 진행된 차기사단급무인기사업, 차세대발사체사업, 민간정지궤도위성사업, 소형정찰위성사업, UH-60 헬기 성능개량사업 등에서 KAI는 번번히 경쟁 업체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습니다. 
 
수출에서도 강 사장 재임 기간 성과는 FA-50 필리핀 수출이 거의 유일합니다. 대형 수출계약인 FA-50 폴란드 수출 등은 전임 사장 시절 진행됐던 것입니다. 취임 전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K-방산에 유리한 국제 정세가 만들어졌지만 성과는 미미했습니다. 강 사장의 경영 능력이 의심받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더해 강 사장이 영입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KAI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강 사장이 취임 이후 무리하게 추진한 대규모 임원 교체를 통해 캠프 출신 인사나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후과를 치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KAI 관계자는 "강 사장의 사례로 대선 캠프 출신 비전문가 KAI 사장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새 KAI 사장은 항공우주산업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항공우주산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KAI 사장이 바뀌고, 그 사장이 자기 사람을 데려와 핵심 참모로 쓰는 관행이 문제"라며 "강 사장도 몇 차례에 걸려 임원의 40% 정도를 교체했는데 이것이 경영의 연속성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보다는 문외한들의 정권에 줄을 대는 것이 문제"라며 "KAI를 이끌 사장에는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업 기획과 전략적 사고 능력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장 선임도 문제지만 그 선임된 사장을 잘 쓸 수 있는 임명권자의 의지도 필요하다"며 "항공우주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면 정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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