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저축성보험 베팅 괜찮을까
기준금리 인하 속 확정금리 매력 부각
유입 늘고 있지만 보험사엔 부채로 인식
보험사 유동성은 늘어 '양날의 검'
2025-06-18 14:10:16 2025-06-18 16:03:4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최근 1년 동안 저축성보험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기준금리 하향 기조에 따라 확정금리를 선호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보험사들도 판매를 적극 확대한 것으로 보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신계약 건수는 14만874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계약 금액도 5.8% 증가해 8조원을 넘겼습니다. 
 
지난해 생명보험 신규 판매 중 저축성보험 비중은 약 14%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입보험료에서는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장성보험(4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입니다. 보험업계는 금리 하락 기조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저축성보험은 단기간에 많은 현금을 끌어올 수 있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축성보험으로 들어온 보험료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보험사가 투자 등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새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에서는 보험사가 나중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돈(부채)을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가 미래에 갚아야 할 돈의 가치가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즉 금리가 떨어질수록 보험사의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 계산돼 자본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이나 해약 환급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유동성비율도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생보사들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지난해 말 559%로 직전 분기(1530%)보다 971%p 급락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만기까지 3개월이 넘는 안전한 채권에 대해서는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해주는 비율을 기존 100%에서 30%로 대폭 낮췄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저축성보험은 유동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킥스 기준에서는 오히려 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어 보험사에 양면적인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경과 조치가 적용된 19개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평균 197.9%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200% 아래로 내려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생명보험사 평균은 190.7%로 전 분기보다 12.7%p 하락했고,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는 207.6%로 3.4%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는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해 유입 자금을 일반계정에 편입시켜 킥스 자본을 방어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 확정금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킥스 기준으로는 장기 부채로 인식돼 오히려 지급여력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 듀레이션 확대뿐만 아니라 부채 듀레이션 축소 노력도 필요하다"며 장기 부채 구조를 줄이기 위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확충하는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저축성보험은 그나마 일반계정에 현금성 자산을 직접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가용 자본을 늘릴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저축성보험을 통해 유입된 보험료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편입돼 채권, 대출 등 안정적인 운용자산으로 배분될 경우 킥스 기준 가용 자본 항목에 포함됩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킥스 전환 이후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수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저축성보험은 유동성과 자본 적립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확정금리 상품인 만큼 운용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향후 부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산운용과 ALM 관리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 하향 기조에 따라 확정금리를 선호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1년간 저축성보험 판매가 급증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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