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LG그룹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조단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 회복 마중물을 위한 재계의 고용·투자 확대가 연쇄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입니다. 앞서 SK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울산에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밝혔고, 현대차그룹도 올초 24조원 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새정부의 경제살리기 행보에 대기업도 동참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7일 발표한 1조26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새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의 첫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경기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강화에 나선다는 것으로,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후 국내에 재투자하는 ‘리쇼어링’(국내 복귀)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 맏형’ 격인 삼성그룹의 경우 17~18일 각 부문별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인데, 이 자리에서 향후 투자 계획 등이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앞선 13일 이뤄진 5대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재계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은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없이 이행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위기 속에서도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은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100㎿(메가와트)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세운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 13~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재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AI·반도체 등 국가 핵신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계획 하에 반도체 밸류체인, AI 인프라 등 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조만간 세부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재계는 투자 계획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연말·연초에 수립된 계획에 따라 투자가 진행되는 것으로 새정부 출범 등 이슈에 따라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용 한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계의 고용 확대도 관심입니다. 한국CXO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92개 그룹 고용 증가율은 1.8% 수준으로 전년 3.1% 대비 줄었습니다. 현재 삼성과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채용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경총이 지난 3월 발표한 ‘신규채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올해 채용 규모가 작년과 유사하다는 답변이 50.7%에 달했습니다. 작년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3.8%에 그쳤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새정부가 들어선 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레파토리 같은 스토리”라며 “실제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예전처럼 주요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매진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의 정책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두는 등 해외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쉽지 않을것”이라며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위해서 규제 개선과 조세 개편 등 정부의 제도적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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