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고개드는 시니어주택)③호텔·패션업계도 고급화…중산층은 소외되나
주요 호텔운영사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 진출
무신사 조만호 대표도 한남동 고급 주거 개발
'임대' 방식뿐인 현행법상 고급화 전략 불가피
2025-06-23 06:00:00 2025-06-2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10: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시니어 레지던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의 도래와 개발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다. 그러나 고령층을 위한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에는 여전히 많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민간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을 둘러싼 제도 현황과 시장 동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타깃으로 한 시니어 주거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행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물론, 유관업계들도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임대운영 만으로는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 적정 수익률 확보가 어려운 탓에 주요 입지에 고급화 전략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산층 시니어’를 위한 주거 상품 개발을 위한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조성 예정인 'VL 르웨스트' 조감도.(사진=롯데건설)
 
호텔·패션업계도 시니어 레지던스 공략 나서
 
19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업계의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움직임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회사는 지난 2022년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인 ‘VL’을 론칭한 바 있다. 올해 초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 내에 시니어 레지던스인 ‘VL 라우어’를 준공했고,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 강서구 마곡동 ‘VL 르웨스트’도 운영할 계획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관련 업계 선점 행보에 경쟁사들도 올 들어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호텔신라(008770)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종합휴양업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을 정관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파르나스호텔도 지난 3월 “신규 위탁운영 프로퍼티 확대와 함께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 등 신규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지난해 시니어 서비스 기획과 부동산 발굴을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 회사인 ‘라펠’을 통해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호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부동산임대, 매매, 관리용역업을 영위하는 라펠을 설립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0번지 일원에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 노인복지주택 116가구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조만호 대표는 라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라펠은 지분 97%를 보유한 자회사 에프콧한남에스피씨, 그리고 에프콧한남에스피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소요한남레지던스를 각각 활용해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23년 라펠은 HD산업개발로부터 이 개발사업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고, 같은 해 20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해 부지 매입을 완료한 바 있다.
 
현 시점 포스코이앤씨가 이 사업의 유력한 시공사로 거론되고 있다. 라펠 측은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도급 조건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023년 시니어 전담팀을 꾸리고 관련 프로젝트 수주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행사 측과 한남동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연내 도급계약 체결을 목표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하이엔드’ 시장…‘97% 중산층’ 공략 필요
 
최근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 사업에 뛰어든 업계의 주거 상품에는 대부분 서울 등 주요 입지에 높은 임대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책정하는 고급화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자들을 수요층으로 삼은 상품인 셈이다.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주택법과 노인복지법 등 관련 제도상 분양을 통한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높은 임대료를 받아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개발업계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라며 “당분간은 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한 주거 상품이 주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에 뛰어든 호텔업계의 사례 외에 국내 자산운용사 등이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디앤디(210980)와 자회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샘 전시장 부지에 조성 예정인 시니어 레지던스 역시 고급화 전략을 채택했다. 지상 최고 12층, 연면적 1만㎡ 규모로 지어지는 이 사업은 대부분 가구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2개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기 위해 SK디앤디는 지난 3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워버그핀커스와 손잡기도 했다.
 
국토연구원과 삼일PwC 경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공공과 민간이 공급한 시니어 레지던스는 당시 고령인구(만 65세 이상)의 약 2.7% 만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일PwC는 보고서를 통해 “약 97%에 달하는 중간 계층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 상품의 부재 탓이다. 민간기업에게 기회의 영역인 셈”이라며 “현행법상 부지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동시에 노인복지주택과 고령자복지주택 등으로 구분돼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 정책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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