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택은?…중동 확전 '기로'
"공격 할 수도, 안 할 수도"…미, 군사개입 저울질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악몽'…내부서도 '반발'
2025-06-19 17:11:50 2025-06-19 18:52:2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이란에 '항복'을 압박하며 최후통첩까지 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저울질'에 들어갔습니다. 수일 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중동이 확전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높아지고 있는 건데요. 이란 핵 시설 공격 자체가 전쟁의 판도라 상자를 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자칫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 실패라도 한다면, 자국 내 반발을 물론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군사 옵션' 채비…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 것이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다"면서 "시한 도래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왜냐하면 상황은 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전쟁은 더욱 그렇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격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면서 '모호성'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대이란 공격에 대한 실행 방안은 이미 마련했지만 실행에 대한 구체적 선택을 보류해놨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싸우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싸움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 사이에서의 선택에 대해서는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정권의 붕괴 여부에 대해 "물론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10년 전인 2015년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맺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선 2018년에 일방적으로 이를 폐기했고,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이란은 되레 핵 농축도를 올리며 핵 능력을 강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이란의 핵 능력 강화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5차례 핵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상황은 확전의 기로까지 내몰렸습니다.
 
이미 미국 국방부는 이란에 취할 수 있는 다수의 군사적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방부에서 우리의 임무는 선택지를 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적 옵션을 설명했고, 파급효과까지 전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심장부를 때릴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이스라엘에 제공할지도 트럼프의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선택지라고 했습니다.
 
결국 벙커버스터 지원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게 되면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직접 개입하게 되는 건데요. 벙커버스터는 중동 지역 확전의 불씨가 될 전망입니다. 중동 화약고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선택인 셈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자체에 대한 계획에는 승인했지만, 최종 공격 명령은 보류했습니다.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군사적 경우의 수로 이란을 압박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의심할 여지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항복의 의지가 없으며, 현 상황을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약 800m 지하에 설치된 이란의 포르도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벙커 버스터'로 불리는 미국의 GBU-57F/B 대형관통폭탄뿐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측 불가 '후폭풍'…결정 지연 '배경'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미뤄지는 사이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미 충돌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과 아라크 중수로 핵시설을 공습했습니다.
 
이에 이란도 이스라엘에 2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중 일부는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의 소로카 병원 등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란이 병원까지 타격하며 대응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조치를 뒤로 미뤄두고 '외교'라는 방법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이른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있다는 건데요. 
 
우선은 벙커버스터를 투하할 스텔스 전략 폭격기의 격추 가능성과 더불어 벙커버스터의 미션 실패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또 벙커버스터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란이 전방위적인 대미 공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메네이는 이미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경제적 요인도 있는데요. 이란이 단거리 미사일을 활용해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국제 유가가 출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의 안 좋은 기억도 있습니다. 당시의 이라크 정권 교체에도 중동의 혼돈은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미국을 겨냥한 테러 등으로 인해 수천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물론 미국 사회 전반의 여론이 전쟁 개입을 반대하고 있어, 정권 초기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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