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글로벌 해상 공급망도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해상운임지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험료와 유가 상승 등 비용이 함께 오른 점은 부담입니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의 우회 권고가 이어지는 등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는 대응 마련에 나섰습니다.
유조선이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3일 기준 1968로 급등했습니다. BDI는 곡물, 철강, 석탄 등 원자재를 실은 벌크선의 운임지수를 나타내는데, 보통 1300~1500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봅니다.
원유 운송 비용도 함께 올랐습니다. 발틱해운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원유 운송 비용은 교전 발생 후 3거래일 동안 약 20% 올랐습니다. 중동~동아프리카 노선 운임 역시 40% 이상 급등했습니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하루당 수익을 나타내는 일일 용선료는 지난 16일 한때 3만3489달러까지 뛰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곳입니다. 수에즈 운하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경로가 없어 봉쇄될 경우 우회가 불가능합니다. 이에 중동발 무력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해상운임과 유가는 변동폭이 커졌습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만큼 실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란 역시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 시 이란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직접 시도한 경우는 없습니다.
국내 해운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일 항로에서 벗어나 인근 대체 항로 확보, 선박 안전 강화, 보험 및 운임 리스크 관리 등 다각도로 현 상황에 대응할 계획입니다. 정부도 해운사들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운항하는 선박의 안전관리 현황을 긴급 점검하고, 피격·피랍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 체계도 재정비한다는 계획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큰 변동 사항은 없으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대체 항만에 하역 후 육상 운송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해 사태’를 기점으로 운임이 오른 것처럼, 이번 무력 충돌로 해상운임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2023년 11월부터 약 1년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운임지수가 오른 바 있습니다. 해운사들이 수에즈운하를 거쳐 홍해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운송이 장기화됐고, 선박 부족 현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연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06.27로 전년(1005.79)보다 149%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무력 충돌로 운임 지수가 올라도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도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항구까지 7간 항해하는 데 드는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0.7~1.0%로, 전주 0.2% 대비 최대 5배까지 올랐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워낙 큰 데다 위험 비용 전부를 해운사가 전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면서 “운임지수가 오른다 해도 수혜를 입는다고 단정할 순 없고, 시장 흐름과 종합적인 상황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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