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뒷전…금융위-금감원, 또 밥그릇 싸움
2025-06-23 06:00:00 2025-06-23 07:18:4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양상입니다. 17년 만에 해체 위기에 놓인 금융위는 조직 존폐가 걸린 만큼 독립적 행정기구의 필요성을 앞세우고 있고, 금감원은 감독기구 독립을 반기면서도 검사권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조직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 "독립적 행정기구 필요"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두고 금융위·금감원 두 기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는 국정위 보고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보고하는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무보고 중에 위원들의 질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조직 개편에 대한 복수의 안을 마련하고 보고할 시점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는 조직 이기주의로 비쳐지는 등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의견은 자제하라는 '함구령'이 떨어졌는데요. 다만 이재명정부 출범 전부터 정부 조직 개편에 군불을 지폈기 때문에 각 기관이 바라는 조직 개편 방향은 대체적으로 정해졌습니다. 
 
현재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금융정책 담당 기관을 일원화하고, 금융위의 감독정책 기능은 금감원의 감독 집행 기능과 합해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과거 금융위 설립 전의 금감위 모델로 돌아가는 방안입니다. 
 
금융위에서는 금융 행정 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위기 대응에 이상적이라는 입장입니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독립적인 금융 행정기구인 금융위가 있어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금융당국 기구가 아니라 기능을 개편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 설립 전에도 금융산업정책(재정경제부), 감독정책(금융감독위원회), 감독집행(금감원)이 나뉘었는 데 권한 다툼, 책임 떠넘기기, 사각지대 등의 문제만 발생했다며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간 분리가 해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금융감독기구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던 체제에서는 감독기구가 자위적으로 유권해석을 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재량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는 분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금융위가 금융감독기구의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의 금감원 내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시대적 과제가 된 데다 이재명정부가 금소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거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금감원과 금소원에 대한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금융행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금감원 "금소원 신설 부작용 우려"
 
국정위가 공개한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위한 전략' 연구보고서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금감원 내 금소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대부업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정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도 금융소비자 보호 조직의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금소원이 완전히 별개의 기구로 쪼개는 것보다는 금감원 산하에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건전성 감독 기구와 소비자 보호 기구는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상충할 수밖에 없다"며 "두 기구가 검사권을 서로 행사하겠다고 하면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 내에서는 금융감독 규정 제정권을 갖고 오는 것에 대해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간 금감원이 금융위 정책에 위배되는 감독을 사실상 할 수 없었는데,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감원만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억울함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기구 내 감독규정 제정 관련 의사결정 기구와 감독 집행 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이처럼 조직 개편을 두고 두 기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그간 봉합됐던 금융위·금감원의 갈등이 다시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현재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에 참여 중인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는 2020년 금감원 부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과 함께 금감원 독립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 교수는 특히 개혁학자 출신인 윤 전 원장과 노동이사제 도입, 키코(KIKO) 문제 등을 주장하며 금융위원장과 대립하기도 했습니다. 
 
두 권력기관이 대립하는 가운데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 정부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두 기관이 밥그릇 싸움하는 양상으로 흐르다가 흐지부지됐다"며 "소비자보호 보다는 조직 존폐를 우선하는 두 기관의 논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기구 산하에 감독규정 관련 의결권과 감독집행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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