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빌어라" 대통령 호통에…금융위, 직원들 정무위 급파
2026-03-19 15:25:42 2026-03-19 15:40:2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소관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내면서 금융위원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국무위원들에게 "가서 빌더라도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다그쳤는데요. 금융위는 자본시장 활성화 등 국정 과제 관련 금융법안 처리를 위해 정무위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하며 설득에 나섰습니다. 
 
국정과제 연계 금융법안 지지부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실무진은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실을 돌며 주요 법안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상주하다시피 하며 정무위 소위 회의 일정을 문의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관련 부처에 의견 요청이 오면 나섰었지만 쟁점 법안이 누적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접 설득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이 정무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상임위를 아예 열지 않는 것 같은데 (국회에) 가서 빌더라도 어떻게 좀 해보시라"며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 특히 금융 부분은 정말 심각하고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무위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 정무위는 여야 대치 속에 주요 법안 논의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입니다. 금융위가 중점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는 신용정보법 개정과 서민금융법 개정안, 통신사기 피해 방지법, 전자금융 거래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국정 과제와 연관된 법안입니다.
 
정부가 마련한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7년 이상 갚지 못한 개인 채무를 매입해 소각하거나 감면하는 제도인데요. 신용정보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상환능력 심사 및 그에 따른 채권 소각(채권자가 빚을 받을 권리를 포기해 채무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서민금융법 개정안의 경우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권의 연간 출연금이 늘어나도록 법을 손질하고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기금 신설은 국정 과제이기도 한데요. 금융권 출연 조항의 일몰을 삭제해 상시 출연 근거를 마련하는 의원안도 정무위에 계류 중입니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 방안도 장기간 표류하며 감독 공백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투명성 강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관련 입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홈플러스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해 3월 금융연구원에 사모펀드 규제 개선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감독당국이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의 레버리지·재무 건전성, 인수금융 대출 금융사의 익스포저와 위험 프로파일 등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다"며 "인수금융 대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보다 감독당국이 사모펀드와 인수금융 제공 기관으로부터 관련 주요 자료를 보고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위 연구용역 등을 바탕으로 최근 여당 의원이 사모펀드 규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금융위는 사모펀드 규제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입법 논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사태에서 촉발한 사모펀드 문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국회 설득 작업을 거쳐서 우선 순위에 두고 논의해 줄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 정무위원회의 소관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 "작년엔 칭찬받았었는데"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 지연도 뼈아픈 대목입니다. 2단계 입법은 단순한 보완입법이 아닌데요.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율, 거래소 라이선스 체계, 감독 구조 정비까지 산업 전반을 한 법안에 담아야 합니다. 금융위는 올 1분기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법안 논의가 멈추면서 일정 자체가 불투명합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가 연내 추진하기로 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과 외국환거래법 개정은 모두 2단계 입법과 연계해 추진되는 과제입니다. 2단계 입법 하나가 막히면서 연간 정책 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를 담당하는 핵심 상임위로 분류되는데요. 정무위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으면서 관련 법안이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무위가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의견은 갈립니다.
 
여당에서는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 법안 처리에 대해 국민의힘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과반석으로 압도하다 보니 정무위원장이 회의를 잡는 것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법안 논의가 정책이 아니라 정치 일정에 종속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금융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책으로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금융위의 규제 조치와 정책 대응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금융위가 정부 조직 개편 속에서도 해체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 관련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이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도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상황이 바뀐 셈입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 달 전부터 임대사업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데 금융위가 아직까지 관련 대책 발표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정책 상당분이 입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금융위가 부정적 평가로 거론되면서 금융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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