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적기시정조치' 저축은행 경영평가 재착수
2025-06-24 14:12:25 2025-06-24 18:25:14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다시 경영실태평가에 나섭니다. 적기시정조치 유예 결정을 받았던 페퍼·우리·에스앤티·솔브레인저축은행도 함께 평가를 실시합니다. 
 
"지표 악화시 추가 조치"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안국·라온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24일 받은 적기시정조치 유효기간은 이번 주 만료됩니다. 적기시정조치는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을 때 금융당국이 내리는 경영개선 명령입니다. 두 저축은행은 6년 만에 적기시정조치를 받았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고, 두 저축은행은 이익배당 제한, 특별대손충당금 설정, 자본금 확충 등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를 이행해왔습니다.
 
적기시정조치 기간이 종료되면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다시 경영실태평가에 나섭니다. 금융위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적기시정조치를 연장할지, 종료할지를 결정합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고, 금융위원회는 오는 3분기 내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입니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저축은행이 6개월 이내에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이행에도 불구하고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는 추가적인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등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강도 높은 조치가 시행됩니다. 경영개선권고 이후 경영개선요구 단계에 이르면 영업소 폐쇄, 조직 축소, 자회사 정리, 임원 교체 요구 등 보다 강력한 개선 명령이 가능합니다.
 
금융위는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이 자본 확충이나 부실채권 정리 등 핵심 조치 사항을 조기에 이행하고, 경영 상태가 뚜렷하게 개선됐을 경우 의결을 거쳐 조치를 종료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회복세가 미미하고, 부동산 시장 악화까지 겹쳐 조기 종료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 기간이 끝나면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하고 난 이후, 금융위가 조치를 종료할지 추가 조치를 내릴지 결정한다"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직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나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도 재평가에 나서야 한다"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 추가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감원은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페퍼·우리·에스앤티·솔브레인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건전성 점검에 나설 예정입니다.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제50조에 따르면 적기시정조치는 최대 3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현재 시점에서는 유예 기간이 만료된 상태입니다. 지난 3월 6개월간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아 있어 이번 경영실태평가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에 경영실태평가를 나설 계획이다.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도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 사진은 여의도 금감원 외경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저축은행별 건전성 개선 '희비'
 
경영실태평가 우선 대상인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은 건전성 개선 여부에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저축은행 모두 지난해 3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각각 13.15%, 10.91%로 규제 기준 7%를 초과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해 적기시정조치를 받았습니다. 이후 안국저축은행은 건전성 지표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라온저축은행은 오히려 지표가 더 악화했습니다. 
 
안국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13.15%에서 14.16%로 상승했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4.81%에서 16.43%로 낮아졌습니다. 연체율 역시 19.37%에서 12.26%로 하락하며 전반적인 건전성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부동산 대출 채권 약 110억원 규모를 정리하면서 부동산 연체율도 28.60%에서 22.24%로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라온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0.91%에서 10.49%로 소폭 하락했으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31%에서 22.61%로, 연체율은 15.80%에서 23.12%로 각각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대출 채권을 약 47억원 정리했지만, 연체 금액이 약 16억원 증가하면서 부동산 연체율은 21.96%에서 28.60%로 높아졌습니다.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 중 우리·에스앤티·솔브레인저축은행은 전반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일부 지표에서 악화 양상을 보였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1.83%에서 12.35%로 소폭 개선됐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각각 0.84%p, 1.61%p 상승했습니다. 특히 부동산 대출 채권 약 1000억원 규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연체율이 17.58%에서 27.96%로 급등했습니다. 다만 건전성 지표가 다소 악화하더라도 경영개선계획이 실현 가능하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은 적기시정조치를 면제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업권의 손실 흡수능력이나 건전성 수준은 과거보다 좋은 상황이라 더 강한 조치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연체율이 늘어나는 건 전체적인 대출 규모를 줄이는 추세라 분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연체율이 높아보이는데 2분기 건전성 상태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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