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지분 수익' 자본으로, '손실'은 고객에게…"삼성생명, IFRS17 취지 위배"
2026-03-18 06:00:00 2026-03-18 07:35:27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삼성생명(032830)이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계약자에게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유배당보험 계약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이익은 주주에게 돌아가고 손실은 계약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행태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취지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익은 주주, 손실은 고객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1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향후 유배당보험에서 초과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계약자 배당 재원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해 삼성전자가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매각했지만, 해당 매각으로도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생명은 "당사 자산운용수익률이 4%이고 고정금리 유배당 계약에 매년 지급할 이자가 평균 7%인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한 유배당보험 손실이 발생해 초과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매각 이익에서 발생한 유배당 계약 배분 금액을 포함하더라도 유배당 계약의 손익은 결손인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 형태로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유배당보험 계약은 지난해 말 기준 148만건으로, 1986년부터 총 31차례에 걸쳐 3조9000억원 규모의 계약자 배당을 지급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이익잉여금으로 보전한 유배당 결손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예정이율보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 누적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배당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삼성생명이 계약자에게 손실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과거 고금리 시절 높은 예정이율을 내세운 유배당보험을 적극 판매하며 대규모 고객을 유치했습니다. 당시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유배당보험보다 삼성생명이 판매한 유배당보험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후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졌고, 결손을 이유로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는 것은 상품 설계에 따른 부담을 고객에게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자금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보험료로 삼성전자 지분 8.51%를 취득했는데요. 이재용 회장→삼성물산(028260)(19.76%)→ 삼성생명(19.34%)→삼성전자(8.51%)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습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연결 고리로 평가됩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직접 지분은 많지 않지만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 8.51% 취득 금액은 약 5444억원 규모였지만, 현재 삼성전자 주가 20만원 기준으로 평가액은 약 100조원에 달합니다. 다만 삼성생명은 해당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어 이를 '미실현 이익'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를 계약자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삼성전자 주식 매각으로 발생한 차익 역시 계약자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이익을 자본으로 편입한 셈입니다.
 
손혁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상품을 적극 판매해 놓고 이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상품 설계의 문제이지 계약자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손실을 계약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자산운용 수익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따른 미실현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자금이 이재용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유배당보험 계약에 대해 지금까지 배당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여력이 생기면 배당을 할 예정"이라며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구조는 아니고, 오랜 기간 배당을 한 결과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IFRS17 취지와도 안맞아" 
 
삼성생명은 사업보고서에서 향후 보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자산운용 수익률이 발생하거나 보유 투자자산 매각 등으로 유배당 계약에 귀속되는 이익이 기존 유배당 결손을 초과할 경우 계약자 배당 재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석 역시 IFRS17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삼성생명은 일탈회계 중단에 따라 유배당보험 자금 17조5858억원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편입했습니다. 이에 삼성생명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약 64조8353억원으로 전년 말(32조7379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때 자본으로 편입하면서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를 '0원'으로 표기했습니다.
 
IFRS17에서는 보험사가 미래에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과 관련 현금흐름을 부채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유배당보험 계약자 자금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편입한 것은 향후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 것인데요. 그러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다는 가정 자체가 제도 변화나 시장 상황에 따른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최근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밸류업 기조가 강화될수록 자사주 소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지분 구조나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보험부채를 측정하는 것이 IFRS17 취지와 부합하다는 설명입니다.
 
손 교수는 "향후 삼성전자 밸류업 정책에 따른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충실히 반영해 재무제표에 표시해야 하는데 보험부채를 아예 0원으로 표기하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미래 현금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은 보수적이거나 낙관적인 편향을 피하고 최선 추정을 하라는 IFRS17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생명 측은 "유배당보험 계약자 관련 부채를 0원으로 표기해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회계기준상 확정되지 않은 자의적인 추정치는 반영하면 안 되기 때문에 주석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삼성생명 회계 처리에 대해서 회계학회 자문과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공시했다"며 "IFRS17 관련 기준과 해석도 충분히 반영한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생명 사옥. (사진=삼성생명)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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