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신한투자증권 노조의 침묵
2025-06-25 16:25:00 2025-06-25 16:25:00
증권업계를 취재하면서 수많은 취재원을 만난다. 금융투자업계의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주요한 취재원 중 하나다. 기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뉴스를 생산에 기여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소통한다. 다만 기업 보도자료는 회사의 입장과 전략이 담긴 것으로 이것만을 토대로 회사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회사와 대척점에 있는 노조의 입장을 참고하는 편이다. 회사와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양 측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만나본 수많은 노조 관계자들은 천막농성과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했다. 덮어두고 회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비판과 제언을 했다.
 
좀 다른 결의 노동조합도 있다. 바로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이다. 올해 초 목적에서 벗어난 거래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유동성공급자(LP) 상장지수펀드(ETF) 사고 이후 회사의 상황 등에 대해 묻고자 연락했으나 노조 지부장은 이를 거부했다. 전화를 걸면 "할 말이 없습니다"하며 끊는 식이었다. 그로부터 연락을 거부당한 기자가 많다고 한다. 외부와 소통을 꺼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주변에서는 "작년의 큰 사고 때문에 면목이 없나 보다, 회사 나름대로 재발 방지 노력을 하고 내부통제에 애쓰고 있는데 노조 입장으로 회사와 다른 이야기가 나가는 게 부담인 것 같다, (연락이 안 되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라임 펀드 판매 관련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조는 이같은 방침을 수용한 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한증권 노조 관계자가 금감원 앞에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며칠간 1인 시위했다. 사정과 경위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번에도 전화를 끊었다. 40여 명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더기 징계에 노조가 나서서 회사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회사나 금융당국의 제재 움직임이 부당하다면 이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노조는 침묵을 택했다. 
 
1인 시위라는 형식이었지만 결국 그들끼리 진행한 비밀스러운 시위로 끝나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시위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노조의 이러한 행보에는 복합적인 내부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노조 활동과 다르다고 해서 '나쁘다', 혹은 '틀리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외부에 닫힌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노사관계와 기업 이미지에도 해로울 수 있다. 노조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회사에 비판을 아끼지 않을 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적극적인 활동이 곧 회사의 장기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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