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성공사례 실종…사모펀드 보험사 M&A ‘쉽지 않네’
2025-06-27 15:34:55 2025-06-27 15:34:55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사모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보험업권의 M&A 성공 사례인 MBK파트너스의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이후 눈에 띄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후발주자들은 좀처럼 엑시트(투자금 회수)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롯데·MG손보 매각 난망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는 MG손해보험(JC파트너스), 롯데손해보험(JKL파트너스)입니다. 이들 사모펀드는 막대한 차익을 낸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이후 보험사 M&&A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손해율 급증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실적 부진, 건전성 지표 하락의 심화 등으로 보험사는 투자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졌습니다.
 
사모펀드와 보험사 M&A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보험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도 원금 회수를 보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외형상 개선이 어려워진 업황 속에서 2023년 도입된 IFRS17의 계도기간도 지난해 연말결산으로 종료돼 회계적 부담으로 작용, 매각을 발목잡는 요인이 됐습니다.
 
IFRS17에선 원가로 인식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인식함에 따라 시중금리 인하 시 부험부채가 늘고 자기자본(가용자본)이 감소하게 됩니다. 실제 새 지급여력제도인 킥스(K-ICS)는 과거 지급여력제도(RBC)보다 허들이 높아져 건전성 지표가 하방 압력을 크게 받습니다. 지급여력이란 전체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을 말합니다. 나아가 보험 손해율 및 투자운용 손실을 대비하기 위한 자금(요구자본)을 더욱 확보해야하는 부담도 가중됩니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으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매물로 내놓은 롯데손보 지분(53.49%)을 3734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향후 5년 내 출구전략을 목표로 하고, 유상증자를 거듭하며 지분을 77%까지 늘렸습니다. 총 7296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롯데손보 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롯데손보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70% 가량 급감한 113억원입니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 또한 119.9%로, 최근 금융당국이 완화한 기준치인 1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를 인수가의 3배인 2조원에 매각하길 희망하며, 지난해 4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고평가된 몸값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유력 후보였던 우리금융도 롯데손보 몸값에 부담감을 느끼고 본입찰 직전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롯데손포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4등급(취약)을 잠정 결정했습니다. 당국은 경영 정상화까지 6000~7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 계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수 이후 후순위채 발행 등 총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들인 JKL파트너스가 추가 유상증자할 여력이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또한 JC파트너스는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2012년)와 새마을금고중앙회(2013년)를 거쳐 2020년 MG손보(95.5%)를 인수해 대주주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경영 2년 만인 2022년 금융위원회로부터 MG손보에 대한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했습니다. 당국은 MG손보 지급여력비율이 88.28%로 당국 기준치인 100%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결정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듬해인 2023년 다섯 차례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금융위는 MG손보의 경영개선명령 이행 또는 매각·합병 등의 성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현재 매각 권한은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에 넘겨져, 가교보험사를 추진해 업계와 부실을 분담해 소멸시키는 방식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KDB생명 사옥. (사진=KDB생명)
 
단기 차익 노린 경영전략 한계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사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운영 수익을 거둔 것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악영향을 가까스로 피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네덜란드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100%)을 1조84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2015년 자산 기준 30조원으로 생명보험업계 5위에 안착해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2조2989억원에 넘겼습니다.
 
거기다 2019년 소유권을 양도하기 전까지 6년간 배당금으로 총 6100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고배당을 유지하면서 양호한 지급여력비율을 지켰고, 보험 업계에 '저해지·환급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자금흐름 관점을 갖고 경영해야 하는 보험사 본연의 성격인데, 사모펀드가 단기적 차익을 노리고 재무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을 놓쳐 매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매물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경우 2010년 초반에 시장에 진입해 코로나19와 회계제도 도입 등 새로운 경영 환경의 변곡점을 맞기 직전에 잘 엑시트했다”며 “실적과 건전성 관리를 바탕으로 단계적 엑시트 전략을 경영에 녹여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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