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됐던 ‘상호관세’ 부과 임박…산업계 ‘촉각’
미 “합의 못하면 기존 관세 부과”
정부, 대미 협상단 주말에 급파
차·철강업계 “정부 협상력 기대”
2025-07-04 15:12:08 2025-07-04 15:12:08
[뉴스토마토 오세은·박창욱 기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유예 종료 시한(7월9일 0시1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각국에 ‘합의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협상이 불발될 경우 30%에 달하는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특히 오는 9일 전에 개별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이전 상호관세율이 통보될 것으로 보여 한국 수출 산업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계는 협상 타결 없이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의 충격에 대비하며, 정부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독립 250주년 축하 행사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를 방문하기 전 워싱턴DC 앤드류공군기지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일 이전에 상호관세율을 통보한다는 방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4일(현지시각)부터 상호관세율을 명시한 서한을 각국에 발송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서한에는 ‘20~30% 관세 부과’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유예 시한 이전에 협상에 나서라는 ‘최후통첩’을 던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와 개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국가들에는 곧바로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3일(현지시각)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미와 무역 합의를 하지 않은 나라들엔 기존에 책정한 관세율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율 발표를 통해 한국에는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차등 관세 15%를 추가한 총 25%를 책정했습니다.
 
협상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정부는 대응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선 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관세협상)이 매우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8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시한을 불과 닷새 남겨 둔 시점에서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말인 오는 5~6일쯤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의 만남을 추진하는데, 유예 시한 이틀을 남겨둔 상황이어서 협상이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경기 평택항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관세 현실화 시 대미 수출 ‘직격탄’
 
산업계는 관세 현실화 시 대미 수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 1기 이후 미국 수입시장 수출 경합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확인됩니다. 보고서를 보면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가 예고대로 현실화하면 미 수입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경합 품목을 중심으로 국가 간 경쟁 양상이 바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독일(20%) 등 한국(25%)보다 낮은 관세율이 예고된 국가는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 경쟁 품목인 자동차 및 부품은 품목 관세라서 단기 변화가 제한적이지만 기계류 등에서 한국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보다 고율 상호관세가 예고된 중국(54%), 대만(32%), 인도(26%)의 경우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들 국가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예상했습니다. 당초 한국보다 고율 관세 적용이 예상됐던 베트남은 지난 2일 미국과 극적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율이 기존 46%에서 20%로 낮아졌습니다. 이에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선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기존 관세율인 10%보다 부담은 커졌지만, 46%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정(46%)보다 더 낮아져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관세 인상분만큼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고관세 부과된 차·철강 ‘초긴장’
 
전문가들은 이미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차량 가격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위축되면 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상호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차량 가격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 “더군다나 최근 글로벌 완성차들이 가격을 잇따라 올린 덕에 유지했던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도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일본·동남아 등을 공략 중이나 미 수익성이 월등해 미 판매 감소분을 (일본 등)에서 채우기 어렵다”면서 “결국 전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정부 협상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철강업계 역시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특정 철강 품목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 중이어서, 상호관세가 붙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조변석개해 돌발적인 정책 변경 가능성은 불안 요인으로 남습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에 따라 상호관세가 추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이 워낙 즉흥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만일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면 하반기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50% 관세 부과 전인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5월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달러로, 전년 동기(3억9000만달러) 대비 16.3% 감소했습니다. 업계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관세 부담과 더불어 상호관세 불확실성까지 반영돼, 수출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로 인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한국 수출 산업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영국, 베트남의 사례처럼 신속하고 유연한 양자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은·박창욱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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