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가계부채 대책, 초가삼간 태우지 말아야
2025-07-22 06:00:00 2025-07-22 06:00:00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상급지 중심으로 급등하는 집값과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감안한 초고강도 결정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손쉬운 '가계대출 조이기'를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급 확대나 세제 개편은 시간과 입법 과정이 필요한 반면, 대출은 금융당국 명령 한 줄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처럼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나라는 '가계대출 억제=금융 안정화'라는 이중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대책이 실패하더라도 "가계부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책임 회피가 쉽다는 점도 있다. 
 
이처럼 '빠르고 직접적인 집값 수요 억제 수단'으로, 가계대출 조이기를 활용하는 건 정치·행정적 비용이 낮다. 하지만 '쉽다'는 건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임시 처방일 뿐이다. 지속 가능성은 낮고, 실수요 타격, 시장 왜곡 등 한계와 부작용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수요만' 억제한다는 점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 주택 가격 상승, 소득 정체, 생계비 부담 등 가계부채의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이 물 건너 갔다며 허탈해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일률적 규제 때문에 신용이 높아도 대출 한도가 부족해 집을 사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유지해 자산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풍선효과'와 사금융 확산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통상적으로 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더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로 이동하는 게 대출 구조다. 지금은 2금융 대출도 조여놨지만, 그래도 한 도 내에서의 대출은 1금융보다 유연한 편이다.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고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 연체율은 증가한다. 결국 금융 불안 확대라는 도미노 현상을 야기한다. 
 
가계부채에 칼을 빼든 금융당국이 생산적 부채와 비생산적 부채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가계부채 전체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주택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과 창업, 교육, 자가마련 등 생계형·생산형 대출을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아울러 빅데이터 기반의 금융-부동산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보다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정확한 타겟팅을 통해 정책의 정밀도를 향상시켜야 제대로 된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미세조정 없이 일괄 규제가 되면서 정책의 효율성과 공정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정책과 주택정책의 '균형자'이자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 과열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금융 안정성 유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집값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시장 기능과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출 규제는 브레이크에 불과하다. 진짜 운전은 공급 정책과 세제 설계, 실수요자의 사다리를 어떻게 놓을지에 달려 있다.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퇴로를 열어주면서 서서히 부작용을 줄여 나가는 지혜가 발휘돼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건전한 부채 관리와 경제 기회 보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를 점진적으로 내놓길 기대한다. 
 
임유진 금융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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