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김치냉장고 '딤채'로 잘 알려진 중견 가전기업 위니아(구 위니아딤채)가 마지막 회생 기회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생 신청이 기각될 경우 사실상 파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까닭인데요. 노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공식 호소문을 전달하고 정부의 긴급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위니아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회생을 넘어 고용과 협력 업체, 지역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금융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회생 지원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김민석 총리에 직접 호소문 전달…"면밀히 살펴보겠다"
23일 위니아에 따르면 주요 임직원과 노동조합은 각각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공동 호소문을 전달했습니다. 특히 전날 김 총리가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사 대표단은 직접 호소문을 건넸습니다. 김 총리는 이에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에도 같은 내용의 요청서를 제출했고, 국회를 통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긴급 회의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위니아는 1990년대 국내 최초로 김치냉장고 '딤채'를 개발한 기업으로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 다양한 생활가전을 생산하며 내수 및 해외 시장을 모두 겨냥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영 판단의 실패와 복합적인 외부 위기로 현재 수원회생법원에 세 번째 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번 회생 심문 결과가 기각될 경우 위니아는 곧바로 파산 수순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사는 이번 회생이 단순히 한 기업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수백명의 일자리와 수천개 협력 업체, 광주·아산 등 제조 기반 지역의 생태계를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재 위니아 직원들은 3년에 가까운 임금이 체불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지키며 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위니아 관계자는 "우리는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일해온 노동자들과 협력 업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회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제도적 기반과 정책적 의지가 함께 한다면 체불된 임금을 통해 우리사주조합 출연 및 사내복지 기금을 활용한 딤채 재건에 노사가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승대 위니아 노조 위원장이 22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 호소하고 있다. (사진=위니아)
국책금융·범정부 TF 촉구…고용부 특례 지침도
이들은 정부에 다섯 가지의 구체적 조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책금융과 긴급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국책금융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즉각 마련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기술보증기금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과의 협업을 통해 긴급 유동성 자금을 조달하고 고정비에 투입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생활안정자금과 고용유지지원금 등 기존 제도들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 개인당 대출 한도 상향과 상환 기간 연장 등의 조치도 병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위니아를 단순한 '지원 대상 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제조업 보호 및 재건 사업의 상징적 시범 사례'로 공식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주도하는 공동 인수합병(M&A) 투자자 설명회를 추진하고, 국책은행이 신뢰 보증 역할을 해줄 수 있도록 전략적 위상을 부여해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회생 지원 TF'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위니아 회생의 사회적·경제적 파급 효과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구조적 개선안과 공공성 보완 여부를 함께 검토해 속도감 있게 예산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고용노동부에는 장기화된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특례 지침'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위니아가 고용안정 협약에 참여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노사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체불임금지원금의 신속한 지급을 위한 절차 유연화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현재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단가 인상과 지원기간 연장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지역 제조 기반의 생존 문제를 짚었습니다. 위니아의 주요 생산거점이 위치한 광주, 아산 등은 수많은 부품 협력업체들이 얽혀 있는 산업 생태계의 핵심지라고 강조하는데요.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위니아를 연계해 해당 지역 경제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함께 묶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위니아 노조 관계자는 "기술력과 브랜드, 생산 인프라를 모두 갖췄고, 현재 민간 투자자들과의 인수 협상도 진행 중"이라며 "M&A, 자산 양수도, 우리사주조합 출연, 고용 유지, 생산 재개 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회생을 넘어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보호, 제조업 복원력 강화 등에 대한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중대한 선례가 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위니아의 회생 신청에 대한 수원회생법원의 결정은 이달 중 나올 예정입니다.
한편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근로자 738명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 총 398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수원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2심 재판에서는 "계열사가 파산하면 임금 체불이 일정 부분 변제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위니아 노사 주요 책임자들이 22일 한국노총 앞에서 피켓을 들고있다. (사진=위니아)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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