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충성했는데"…위니아 직원들 "돌아온 건 '배신'"
퇴직금 날린 장기근속자들…"이직 안 한 게 평생 후회"
노조 "정부가 나서라"…노사정 협의체 촉구
2025-11-10 17:28:03 2025-11-10 18:06:58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최근 홈플러스에 대한 MBK의 '먹튀' 논란으로 대량 실업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대유위니아그룹의 임금체불 사태로 오랜 기간 고통받아온 노동자들의 절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단일 사업장 기준 최대 규모 임금체불로 기록된 위니아 사태는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장기근속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6일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유위니가그룹 장기근속 노동자들은 "돌아온 건 배신뿐"이라며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위니아 장기근속 노동자 A씨는 "몇십 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미친 짓이었다"면서 "명예퇴직 기회가 있었을 때 왜 나가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한 회사에 충성한 결과가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사람들에게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지 말라고 조언한다"며 "능력이 있을 때 여러 회사를 거쳐야 몸값도 오르고 이런 피해도 피할 수 있다. 우리는 박영우에게 청춘을 다 빼앗겼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32년을 일하면서 정년퇴직하면 퇴직금이랑 위로금 받아서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임금체불까지 합치니까 3억원이 그냥 날아갔다"면서 "60 넘은 나이에 3억원이면 우리 가족의 마지막 버팀목인데, 그걸 못 받으니까 정말 막막하다.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기준이 되는 퇴직금이 없으니까 생활이 무너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위니아 노동자 B씨는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데, 회사를 망친 장본인은 부당하게 챙긴 돈으로 호화롭게 살고 있다"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이어 "박영우가 계열사 자산을 모두 빼먹고 파산시켜버린 뒤 정부가 체불임금을 일부 지급했다"면서 "결국 정부 재정도 갉아먹는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른 노동자 C씨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도 박영우는 계열사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하는 등 사법기관과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골프장 매각 등 자산을 처분하고도 임금 변제에는 사용하지 않고 개인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옛날부터 대유그룹 박영우가 위니아 인수하기 전에도, 이 회사 처음 클 때부터 비리 온상이었다"면서 "2012년도 그때도 국감에 오르고 말이 많았다. 십몇 년 동안 기업 사냥꾼처럼 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를 인수해놓고는 해체시키고,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당하고 나서 보니까, 예전부터 박근혜 조카 사위로 그때부터 권력 믿고, 그 뒤에 기대서 마음먹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위니아딤채 노조에 따르면 20~3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 상당수가 1인당 2억~3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지급하는 체당금(3개월치 임금, 3년치 퇴직금) 외에는 사실상 보상받을 방법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노후 자금이 묶인 정년퇴직 예정자들은 생활 기반을 잃었고, 재취업 역시 쉽지 않아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회생 절차가 최근 재개되면서 인수자인 한미기술산업이 일부 직원을 재고용하기로 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합니다. 인수 방식이 '자산 양수도' 형태로 진행되면서 전체 300여명의 직원 중 약 100여 명만 고용 승계가 예상됩니다. 이마저도 체불임금을 포기하고 근속연수를 초기화해야 하는 조건이 붙으면서 노동자들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의 임금체불 규모는 총 163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박영우 전 회장이 변제한 금액은 약 360억원으로 현재 잔여 체불액은 1268억원입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실제 미지급 금액이 이보다 훨씬 많다는 입장입니다. 위니아전자,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위니아(위니아딤채) 등 계열사를 모두 포함하면 체불 임금과 퇴직금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영우 전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임금체불 변제 계획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법인 파산을 통해 채무를 소멸시키고 결과적으로 임금체불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박 전 회장이 수원고법 재판과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법인 파산을 통한 변제안'을 두고 강도 높은 반발을 쏟아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박영우는 파산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영 실패가 아니라 명백한 임금 절도이자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 노사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실질적인 임금체불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영우 전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