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빙그레, 지주사 무산에 재무부담까지…오너3세 승계 '난기류'
김동환 제때 최대주주에도 빙그레 지분 0주
상법 개정에 지주사 전환 등 지배력 강화 무산
재고자산 사상 최대에 1분기 영업익 36% 감소
2025-07-30 06:00:00 2025-07-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8일 15:5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빙그레(005180)의 승계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오너 3세 김동환 사장이 핵심 계열사 제때의 최대주주임에도 정작 빙그레 지분은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인해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중심의 이사회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내부거래 논란과 재무 부담까지 겹치며 승계 작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빙그레)
 
정통 빙그레맨 김광수 대표 선임…이사회 장악력 높인 빙그레
 
28일 재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최근 정통 빙그레맨이자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광수 제때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겸 부회장으로 선임한 뒤, 오너리스크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글로벌 관세 리스크 등 대내외 산적한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는 2015년부터 10년간 물류 자회사 제때를 이끌며 매출을 860억원에서 5704억원으로 6배 넘게 끌어올린 인물이다. 오너 3세 김동환 사장과의 밀접한 관계를 기반으로 빙그레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도 선임되며 빙그레 이사회에 공식 합류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김 신임대표가 빙그레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오너일가의 지배권 구조와 승계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했으나 시장 안팎의 반발과 상법 개정 이슈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김동환 사장의 승진 7개월 만에 추진된 분할이었던 만큼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승계 구도는 물류 자회사 제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제때는 빙그레가 지분 1.99%를 보유한 자회사로 김동환 사장은 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이 직접 지배하는 제때를 통해 오너일가가 빙그레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으나 최근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면서 제때처럼 계열사를 활용한 지배력 확보 방식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룹 전반에 익숙하고 제때에 오래 근무하면서 계열사 실무에 정통한 김 대표를 통해 내부 경영권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빙그레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광수 신임 대표는 제때 재직 당시 신사업 발굴과 체질 개선 등에서 탁월한 경영 성과를 보인 점을 높이 인정받았다”면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는 현재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빙그레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호연 회장이 직접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빙그레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에 따라 김 대표 또한 합류해 사실상 외부 견제 기능이 미약한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장기 재임 사외이사와 내부 충성도 높은 인사의 이사회 합류는 총수 중심 의사결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향후 과제 산적…대내외 변수 경고등
 
빙그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4630억원, 영업이익 131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매출이 3085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같은 기간 36.01% 떨어졌다. 2분기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한 4169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8%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이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실적 면에서는 당분간 암울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동환 사장이 주도해온 해외 시장 확대 전략으로 빙그레는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20년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현재 약 5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최대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빙그레는 일부 제품에 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현지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제품은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하고 있는 만큼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 구조 악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153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00억원 증가했다. 원재료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탓이다. 이에 반해 현금성자산은 115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97억원 축소된 상황이다.
 
특히 빙그레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021년 13.0회에서 2022년 9.2회, 2023년 7.5회, 지난해 연환산 6.46회로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 회전율이 낮아질수록 제품이 창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운송보관료와 인건비 등 판매비와관리비 부담도 함께 커지는 식이다. 재고관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코아·커피·혼합탈지분유 등 투입 원가 상승과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결국 원자재 상승으로 재고자산이 늘고 판관비 증가에 따른 재고자산회전율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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