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 선도를 위해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제조, 설계부터 사무 작업까지 아우르며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AX가 산업계의 필수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들은 AX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 혁신을 이루겠다는 계획입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 열린 'AX토크콘서트'에서 AI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AX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AI 혁신에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AX 온라인 세미나’에서 AI를 통해 생산성을 올린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지난 6월 ‘에지 설계 AI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복잡한 곡면 패널 설계를 기존 1개월에서 8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시야각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색 변동을 최적화하는 광학 설계 기간 역시 기존 5일 이상에서 8시간으로 감소했습니다.
LG전자는 자체 생성형 AI 데이터시스템인 ‘찾다(CHATDA)’를 활용해 데이터 탐색 시간을 줄였습니다. 기존 3~5일 걸리던 탐색 시간을 30분으로 줄이면서, 연구개발(R&D) 속도가 높아진 겁니다. LG전자는 AX를 통해 2~3년 내 업무 생산성을 30% 높이겠다는 목표입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최근 핵심 과제 전담 조직인 ‘이노X 랩’을 신설하고, AI 시대 전사 차원의 과제에 대해 유연한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노X 랩의 주요 과제는 △디지털 트윈 설루션 적용 및 확산 △로지스틱스 AI 적용을 통한 물류 운영 모델 혁신 △피지컬 AI 기술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 추진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기술 개발 등입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품질 검사에 AI를 활용해 검사 시간과 불량률을 감소시켰습니다. MLCC의 두께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0.1mm인데, ‘AI 비전 검사 시스템’에 양품과 불량품의 이미지를 학습시켜 자동으로 불량품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AI를 기반으로 생산을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성형 AI 기술인 신경망 전환 알고리즘을 적용해 ‘가상 이미지 활용 계측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OLED 패널을 개발할 때는 회로 패턴이 정확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표준 샘플을 만들어 배선 폭을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후, 별도의 공정 없이 가상 이미지를 활용해 배선 폭을 비교하게 되면서 제조 공정 시간이 줄었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의 설명입니다.
SK의 경우,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수추구협의회가 AI 추진단을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 전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룹사 간 기술을 결집해 내부에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GPU 6만개 규모의 국내 최대 AI 전용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가는 등 AI 개발·운영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가우스랩스가 개발한 AI 솔루션 ‘판톱테스 VM’을 도입했습니다. 센서에서 나오는 전류, 전압, 온도, 압력 등 공정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웨이퍼의 박막 두께 등 공정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웨이퍼의 박막 두께는 물리적으로 측정할 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AX에 뛰어드는 것은 제품 수율 및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AX는 생산성 혁신으로 수율을 향상시키면서 향후 인건비 등 많은 코스트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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