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소형차를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강화된 탄소 배출 규제와 실용적 소비 성향에 맞물리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소형차가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2026년형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5월 유럽에서 소형차(A·B 세그먼트) 20만6023대를 판매했습니다. 이는 두 브랜드의 유럽 지역 전체 판매량에서 51%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소형차 판매 비중은 2023년 43.8%에서 지난해 44.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출시된 전기차 모델의 성과가 눈에 띕니다.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은 지난해 12월 유럽 출시 후 올해 5월까지 1만342대가 팔려 6개월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캐스퍼가 유럽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기아 EV3의 성과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올해 1~5월까지 2만8739대가 판매돼 기아 유럽 전기차 판매량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EV3가 기아의 유럽 전기차 사업을 이끄는 핵심 모델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EU의 강화된 환경 규제가 있습니다. EU는 신차 평균 탄소 배출량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 배출이 적은 소형차와 친환경차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일찍 읽고 소형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유럽 소비자들의 실용적 소비 성향도 현대차와 기아 소형차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소형차는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 효율적인 공간 활용도로 유럽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연료비 부담이 큰 유럽에서 경제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소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 소형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기아는 지난 2월 ‘2025 기아 EV 데이’에서 EV3보다 더 작은 소형 SUV EV2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내년 2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또한 소형 전기 SUV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대형차 선호 경향이 강해 소형차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앞으로도 소형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한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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