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박윤영 전 KT 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등 3명으로 압축되면서, KT가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올해 해킹 사태 책임론에 휘말리며 신뢰가 흔들린 KT는 현재 통신망 보안·거버넌스 재정립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같은 위기 속에 해킹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주형철·홍원표 후보 2명이 최종 면접 대상자(숏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내부 안정성과 기술적 연속성이 절실한 현재 상황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0일 KT에 따르면 조직 내부에서 "이번 CEO 선임은 단순한 수장 교체가 아니라 KT 체질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해킹 이후 기술 기반 리더십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간통신망 구조·데이터센터 운영·인증 체계 등 KT 고유의 복잡한 구조를 숙지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늘고 있습니다.
KT 차기 CEO 숏리스트 3인. 왼쪽부터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후보자. (사진=KT, 뉴시스)
해킹 사태로 홍역 치렀는데…해킹 이슈 2인 숏리스트에
문제는 KT가 무단 소액결제 사고 여파로 김영섭 대표가 물러서게 된 국면 속에, 주형철·홍원표 두 후보가 지닌 해킹 이슈와 외부성이 자연스럽게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도 쿠팡 해킹 사태와 맞물리며 싸이월드·
SK텔레콤(017670) 해킹 사례가 거론될 만큼 대형 보안 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높아진 점도 이번 후보들의 기술 책임 논쟁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쿠팡 해킹 사태 직후 페이스북에 "싸이월드, SK텔레콤 사태를 뛰어넘는 역대급 개인정보 참사"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주형철 후보는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싸이월드·네이트 통합 이후 벌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3500만명)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회사는 플랫폼 확대 전략을 추진하던 국면이었지만, 초유의 사이버 범죄로 사실상 중단됐고 국내 보안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주 후보는 "KT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통신·데이터센터 기반 역량이 핵심이며, 자신은 정책·플랫폼 조직을 이끈 경험이 강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현 KT의 기간망 구조는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기술 리스크가 고조된 지금 외부 인사가 복잡한 망 구조와 인증 체계를 단기간에 파악해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우려가 제기됩니다.
홍원표 후보는 SK텔레콤 해킹 사태와의 연관성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제기된 논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 후보는 법률 대리인 여의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킹 침입 경로는 SK텔레콤 내부 코어망, 즉 SK쉴더스의 공식 관제 범위를 벗어난 영역으로 명시돼 있다"며 귀책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적극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SK쉴더스가 그룹 보안 정책과 위협 관리 협업 체계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온 점을 고려하면, 법적 귀책과 기업 리더의 경영 책임은 별개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더구나 그는 명목상 KT 출신이지만 2006년 퇴사 이후 20년 가까이 KT 기술·조직 체계와는 단절돼, 실질적으로 외부 인사와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뒤따릅니다.
김영섭 KT 대표(가운데)가 지난 9월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열린 소액결제 피해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정 후보들이 CEO로서 기술 리스크와 반론을 동시에 안고 있는 반면, 내부에서는 "지금 KT가 가장 결핍한 것은 기술 기반 리더십의 복원"이라는 명확한 문제 정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 기업 비전이 중요하더라도, 출발점은 흔들린 기반망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문화를 재정비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결국 이번 CEO 선임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다"며 "지금 KT에는 '혁신인가, 안정인가. 외부 전문성인가, 내부 구조 이해도인가'에 대한 대답을 먼저 내릴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T 관계자는 "차기 CEO 후보자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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