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정부가 구조조정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입니다. 민간 자율에 의존해온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정부가 전면에 나서 업계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특수선 제작 야드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규모 사업재편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직접 ‘사업재편’과 ‘설비조정’ 등을 언급하며 “석유화학 산업처럼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통 산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관계부처는 종합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관련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 관계부처와 기관들이 참여하는 범부처 차원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과거 조선과 해운업 위기 때처럼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되, 소극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한다는 전략입니다.
정부가 제시하는 핵심 해결책은 기업간 설비 통합과 생산량 축소를 통한 업계 전반의 효율성 제고입니다. 현재 울산과 여수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설비 과잉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 등에서는 지역 상권 침체와 세수 감소 현상이 뚜렷한 상황입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공장 가동률은 2021년 87%에서 올해 60%대로 급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11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산업엽회가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 분석 결과도 충격적입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3년 이내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50%가 경영난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생산 증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에틸렌 제조 설비를 기존 대비 3배 이상 대폭 늘렸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 역량의 2.6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계 내부에서도 통폐합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개별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해왔습니다. 이에 정부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의 결단을 끌어낼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수직 통합’과 함께 복수의 기업이 생산설비를 공동 운영하는 ‘일본식 유한책임사업조합(LLP)’ 도입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과잉설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 모델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사업재편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대출 등 금융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하며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 기업들도 과거 조선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을 거울삼아, 업계 공동의 노력과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며 “업계가 설비조정 등 자발적 사업재편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에 무임승차 하는 기업은 법부처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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