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미국에서는 확대된 반면, 중국에선 줄어드는 등 시장별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중국 제재 장기화에 더불어 현지 경쟁이 심화된 탓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와 함께 빅테크 기업 중심 사업이 호조를 보였습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18일 삼성전자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중국 수출액은 28조79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32조3452억원) 대비 약 11% 감소한 수치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수출액은 33조475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29조3349억원) 대비 14% 이상 증가했습니다.
미국 생산·판매 법인의 매출도 늘었습니다. 미 텍사스주에 위치한 파운드리 법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2968억원, 423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65.3% 상승한 수치입니다. 미국 반도체 판매법인 삼성 반도체(SSI)의 올해 상반기 매출도 22조72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7조7267억원) 대비 28.2% 증가했습니다.
반면 중국 시안에 위치한 낸드 플래시 생산법인 삼성 차이나 반도체(시안공장)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4146억원, 53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6조214억원, 영업이익 6444억원)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것입니다. 판매법인인 상하이 삼성 반도체(SSS)의 매출 역시 15조8779억원에서 12조3457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영업이이은 2322억원에서 193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 현지에서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24조7493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878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 매출로 따져봐도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69.8%나 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6%포인트(p) 이상 높아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7조365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8조6061억원) 대비 15%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빅테크들이 AI서버와 데이터 센터 투자를 늘리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확보가 반영됐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MXT)와 같은 현지 경쟁사의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심화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CMXT는 최근 자체 개발한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를 화웨이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양산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승인이 이뤄지면 화웨이는 HBM3로 AI 칩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에 CMXT가 개발 중인 5세대 HBM3E 양산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제재도 길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자립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중국 화웨이는 AI 칩에서 HBM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솔루션인 ‘추론 메모리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UCM)’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이 본격화되면, HBM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성능이 낮은 D램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 자체 공급망으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HBM 수요가 높은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몰려 있다 보니 미국 매출이 증가하게 됐다”면서 “중국도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라 매출 하락에 따른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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