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미적용' 상호금융,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언제까지
2025-08-20 15:02:39 2025-08-20 16:52:07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상호금융권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면서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소법 시행 4년이 지났지만 상호금융은 주무 부처가 모두 달라 그동안 금소법에서 제외됐습니다. 상호금융 이용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만큼 금소법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상호금융권 금소법 적용 촉각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상호금융업권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보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현재 상호금융 중 신협에만 적용되는 금소법을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까지 전면 확대하는 게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및 각 중앙회를 금소법상 '금융회사' 정의에 포함해 금소법 적용 범위 안으로 편입했습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각 중앙회는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로, 개별 조합과 금고는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 또는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분류돼 금소법상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개정안은 각 중앙회장에게 소속 조합의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를 평가하고, 금소법 위반 여부를 검사할 권한도 부여했습니다. 위반 사항을 적발하면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금융위는 금소법을 위반한 상호금융기관에 대해 관계 행정기관장에게 업무정지 명령이나 인가 취소를 직접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구에 따라야 합니다. 
 
김 의원은 "같은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어떤 조합원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신협 조합원만 보호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기관의 종류나 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안 되는 보편적인 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법안은 오랜 기간 방치되어온 상호금융업권의 규제 공백을 메우고,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 건강한 금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 자산을 다루는 금융기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국회에서 법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2021년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 발생 시 사후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금소법을 시행했습니다. 금융사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 권유 금지 △광고 규제 등 여섯 가지 기본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현재 금소법 적용 대상은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신협 등 주요 금융사입니다. 
 
그동안 신협을 제외한 다른 상호금융기관은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어서 금소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신협은 금융위가 관할해 금소법 대상이지만,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산림조합은 산림청 소관이라 금소법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같은 금융상품을 취급하면서도 소비자 보호 수준이 달랐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무너진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행 당시 신협 외 상호금융기관과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은 감독 체계 특수성을 감안해 금소법에서 제외됐다"며 "여전히 금소법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소법 개정안 통과 시급
 
2022년 일부 영세 농협이 연 8~10%대의 고금리 상품을 특별 판매했다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해지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어 2023년에는 농협이 약 2년간 6%대 금리의 장기 적금을 수만 좌 이상 판매한 뒤 고객들에게 불리한 약관 변경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현재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 소비자들은 일정 기간 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이나, 금융상품판매자가 관련 규제를 위반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을 보장받지 못해 권익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어 금소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부각됐습니다. 
 
금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습니다. 2023년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윤창현 전 의원이 상호금융권 전체를 금소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여야 모두 큰 이견은 없었음에도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가 멈춰섰습니다. 결국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정부는 상호금융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자 피해 사례 원인을 금소법 비적용으로 판단했으며 개정안을 통해 업권 전체를 금소법에 포함시키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중소금융부문 업무설명회'에서 금소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호금융업권의 소비자 보호 현황을 점검하고, 대출 철회권 등 자율적 시행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당시 다른 현안에 밀려서 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면서 "발의 당시 금융위와 행안부, 농림부, 해수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가 만나 실무 협의를 통해 개정안 마련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야 간 이견이 없고 필요성 큰 법안인 만큼 22대에서는 통과될 것"이라며 "상호금융 소비자 다수가 고령층이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신협을 제외한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및 각 중앙회는 주무부처가 모두 달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사진은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새마을금고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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