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통해 미국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확보한 조선업계에 ‘노조 파업’이라는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조선업계 맏형격인 HD현대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통과마저 앞두고 있습니다. 생산 차질 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노조는 근로 조건 개선이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조선업종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조는 여름휴가 이후에도 교섭 진전이 없자 오는 29일을 최종 시한으로 설정했습니다. 2주 동안 사업장별 집중 교섭을 진행해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9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조선업계는 10여년간 긴 침체를 벗어난 끝에 최근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 급증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 덕분입니다. 노조는 호황기가 끝나기 전 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며 “근속수당 인상과 연말 성과급 등에서 응당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노조의 강성 기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마스가’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을 미칠 수 있어서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마스가 제안 이후 미 함정 MRO 수주에 성공해 11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입니다. 파업이 지속되면 물량 인도가 지연되고 수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한 중인 앤디 김·태미 더크워스 미 상원의원을 만나 조선 생태계 협력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당부한 상황에서, ‘파업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조선소’라는 이미지는 양국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강성 노조 출신’ 숙련 인력들의 현지 파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23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청 비중이 높은 조선업계는 원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파업에 상시적으로 대응해야 할 수 있습니다. 김명현 대한조선학회장은 “미국과의 협력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쪼개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한화오션의 경우 파업 위기가 있었지만 중재가 잘 됐듯 노란봉투법을 포함한 정책적 보완을 통해 노사가 입장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미국에서 요구하는 10년 이상의 숙련된 젊은 노동자는 직영에는 없다”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근로 조건이 개선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 조선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속한 교섭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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