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주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에서 중국 업체들과 인공지능(AI) 가전 기술 경쟁에 돌입합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가전 사업 수익에 직격탄을 맞은 양사는, 강화된 AI를 주제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여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통해 성장해온 중국 업체들도 AI 기술을 탑재한 제품들로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관측됩니다.
IoT 보안 인증을 받은 삼성전자 신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음달 5일 개막하는 독일 베를린 국제 가전 전시회 ‘IFA 2025’에 참가합니다. 1924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년 역사를 이어온 IFA는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진행됩니다.
국내 대표 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강화된 AI 기반 가전을 선보일 방침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AI Home, Future Living Now)’라고 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목표 아래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이 집약된 △마이크로 적·녹·청(RGB) TV △비스포크 AI 가전 신제품 △갤럭시 AI 생태계를 강화할 모바일 신제품 등 AI 기술을 장착한 주요 제품들을 대거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번 공개 제품들은 보안 기술력이 한층 향상된 게 특징인데, 삼성전자는 AI 가전에 독자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Knox)’를 적용해 보안성을 높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9형 ‘AI 홈’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신형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와 32형의 대형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2024년형과 신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TÜV Nord’에서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을 받았습니다. 보안성에 우려가 있는 중국 제품에 대항할 로봇 청소기(2024년형·신형)에도 보안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보안성이 높은 AI 냉장고와 로봇청소기 역시 IFA에 공개될 방침입니다.
AI가 실시간으로 제품을 분석해 고객에게 미리 안내해주는 씽큐 케어 서비스. (사진=LG전자)
이번 IFA 2025 주제를 ‘LG AI 가전의 오케스트라’로 잡은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신제품 25종을 공개합니다. 이번 신제품 가운데 ‘바텀 프리저 냉장고’와 세탁기 신제품은 유럽 에너지 효율 A등급 기준을 크게 웃도는 최고 에너지 효율을 가졌습니다.
아울러 LG전자는 전시 기간에 맞춰 유럽 시장에 AI 가전을 분석하고 고장을 예방해 주는 AI 홈 플랫폼 ‘LG 씽큐’도 공개합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제공 중인 LG 씽큐 플랫폼을 내달 유럽을 시작으로 확장한 뒤,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에 순차 공개할 목적입니다.
LG전자는 중국과 함께 공동개발생산(JDM) 방식으로 제작한 저가형 냉장고와 세탁기를 조만간 출시합니다. 중국 업체와의 협력으로 중국의 저가 제품과 경쟁한다는 ‘이이제이’ 전략입니다.
올해 IFA엔 700개 정도의 중국 업체들이 참여합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들도 높은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로보락은 지난 상반기 로봇청소기 신제품인 ‘S9 맥스V 울트라’ 등과 이번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제품을 전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번 행사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의 AI 가전 제품들도 공개될 전망입니다. 최근 중국 가전 기업 하이센스는 구글의 새로운 ‘홈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자사 앱에 통합하며 자사 제품 간 연결성을 높였습니다. 저가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해온 중국 업체들이 AI 기술 기반 프리미엄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IFA는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업체들까지 뛰어들어 AI 가전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특히 제품 간 연결성이 초기 시장의 판도를 가를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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