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빠른 월세화 우려
2025-09-01 06:00:00 2025-09-01 06:00:00
전세는 주거비 절감과 함께 내 집 마련의 종잣돈 역할로 장점이 있는 제도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도시화 속에서 집값도 급등했지만, 상대적으로 주택 구입 여력이 부족했던 우리나라의 전세 선호 현상은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이 여타 선진국 대도시보다 월세가 저렴한 것이 전세라는 경쟁 제도가 있어서라는 분석도 있다. 전세가 주택 공급과 서민 주거 안정에 이바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세는 줄어들고 월세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는 은행의 '과잉 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다. 애초에 전세대출이라는 게 말이 전세지 은행에 월세(이자)를 내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문제는 전세보다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올해 1~7월 전국에서 확정 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포함된 건수는 105만6898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76만1507건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40만284건으로 100만건을 처음 돌파한 뒤 점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 2020년 40.7%였던 전국 월세 비중은 2022년 50%를 돌파했고 매년 확대해 올해는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반면 전세 비중은 40%를 밑돌고 있다. 
 
월세와 보증금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종합 중위 월세는 98만원으로 올해 1월(93만5000원)보다 4.8% 올랐다. 2015년 7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중위 보증금은 8714만2000원으로 올해 1월(8176만8000원)보다 6.6% 증가했다. 
 
중위 월세는 모든 월세 거래를 일렬로 세울 때 가장 가운데 있는 값으로, 극단적인 고액 월세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평균값’에 비해 사람들이 실제 내는 월세 수준을 잘 반영하는 수치다. 서울 월세 세입자 대부분은 보증금 9000만원에 1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월세가 오른 건 전월세 전환율로도 확인된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데, 서울 전월세 전환율은 작년 말부터 10개월 연속 꾸준히 올랐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4.25%로 같은 수치를 기록했던 2018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월세 전환율은 수치가 상승할수록 월세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보증금이 2억원일 때 전월세 전환율이 3%라면 월세가 50만원이지만 4%로 올라가면 월세가 67만원으로 뛴다. 또 전월세 전환율은 일반적으로 고가 주택이나 아파트일수록 낮고, 저가 주택이나 원룸, 다가구 주택 등은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내 집이든 전세든 월세든 안정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세의 월세화는 어쩌면 주거 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빠른 월세화라는 불안정한 요소는 임차인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주거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삶의 질마저 나빠지게 한다. 월세화를 대비한 추가 대책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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