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수의 로컬비즈니스)AI 시대의 F&B 생존법: 데이터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다
F&B 중소기업 생존 전략 시리즈⑩
2025-11-14 10:13:44 2025-11-14 13:59:25
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관광학 박사)
 
AI와 디지털 기술의 본질은 소비자와의 관계에 있습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디지털 대기업과 유니콘 스타트업은 모두 AI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설계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 활용의 주체가 누구인가입니다. 무인 주문 시스템, 배달앱, 예약 플랫폼, 포스 단말기, 키오스크 등의 접점에서 데이터는 현장이 아닌 플랫폼 기업의 서버로 이동합니다. 기술은 현장에 남아 있지만, 데이터는 현장 밖으로 나갑니다. 데이터의 부재는 곧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집니다. 데이터가 빠져나가면 경영자는 ‘결과’만 보고 ‘이유’를 모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은 올랐지만, 이익은 줄어드는 저변의 이유가 무엇인지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의사결정은 '감(感)'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없는 디지털화’가 낳은 불편한 현실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의 92.3%가 POS, 배달앱, 키오스크 등 디지털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기술을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비율은 10~15%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술혁신은 결국 ‘데이터 종속 구조’를 가져왔습니다. 이 현상은 플랫폼 경제의 불균형 구조를 반영합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데이터를 자체 서버에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메뉴·가격·입지·광고 전략을 정교하게 조정합니다. 반면 중소 F&B 기업은 자신의 고객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한 채,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리뷰 평점에 의존해 생존을 결정받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가 자본이 된 시대에서 플랫폼은 ‘데이터 자본’을 축적하고, 현장의 자영업과 중소기업은 노동과 리스크만 감당하는 구조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장이 데이터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정책도, 지원도, 혁신도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도입 지원’뿐 아니라 데이터의 ‘소유·접근·활용·이관’이 보장되는 데이터 주권 시스템입니다. 
 
디지털 전환의 진짜 기준은 ‘기계 유무’가 아니라 ‘데이터 잔존율’입니다. 한 매장이 진짜로 디지털화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키오스크가 있느냐, 앱을 쓰느냐가 아닙니다. 그 매장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기계는 편의성을 높이지만, 데이터는 생존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제는 데이터가 남는 디지털 전환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디지털 전환의 목적은 기술 실현이 아니라 고객 만족입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다시 방문하게 하고, 브랜드를 신뢰하게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은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F&B 산업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 상품을 “좋아하는 고객을 어떻게 찾고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입니다. 대기업은 AI를 통해 이를 구현합니다. 중소기업은 같은 원리를 자신의 규모와 색깔에 맞게 적용해야 합니다. 고객의 취향, 시간대, 메뉴 선호, 재방문 패턴 등을 현장에서 직접 수집하고, 소규모 SNS 운영을 통해 기록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작지만 깊이 있는 브랜딩을 통해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입니다. 
 
현장은 판매의 장이자 ‘데이터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매장에 고객이 방문하고, 반응하고, 머무르는 모든 행위가 데이터입니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의 공간에서 데이터의 현장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또한 SNS는 더 이상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닙니다. SNS는 중소기업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작은 미디어입니다. 고객과의 대화, 브랜드의 일상 공유, 피드백 순환이 이루어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작은 데이터와 진정성 있는 대화는 대기업의 대규모 알고리즘이 따라올 수 없는 관계의 깊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다수를 위한 브랜드를 설계하지만, 중소기업은 소수를 위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합니다. 고객이 아니라, ‘우리 상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핵심 고객’을 찾아 그 고객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설계해야 합니다. 소규모 매장의 직접 데이터, SNS 상호작용, 오프라인에서의 반응 기록 등은 대규모 통계보다 훨씬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온 진정성 있는 데이터입니다. 
 
이렇게 데이터는 고객과 브랜드가 맺는 관계의 언어입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단지 기술의 경쟁일 뿐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고객과 어떤 관계를 설계하느냐의 경쟁입니다. 이제 중소기업은 플랫폼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적 소비 구조를 벗어나 자신만의 고객 데이터를 스스로 구축하고, 관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고객의 행동과 반응, 경험의 순간들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주고받고 있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작은 브랜드는 대규모 자본보다 더 깊은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쌓은 고객 데이터, SNS를 통한 꾸준한 소통과 피드백의 순환 구조는 F&B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생존의 기반입니다. 
 
관계가 없으면 데이터는 의미를 잃습니다. 숫자는 관계를 대신할 수 없고, 데이터는 기억되고 활용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기록에 그칩니다. 이제 데이터를 숫자가 아닌 고객과의 관계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 이후, F&B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넘어 ‘관계 중심의 생존’을 구현하는 방식이 될 것 입니다. 
 
장준수 비지니스컨설턴트 jasonjang0056@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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