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1호 케이스' 위기
발행주식 절반이 자사주…31년간 단 한 주도 소각 안 해
투자자들 "주가 부양 뒷전…지배력 확보에만 이용" 비판
2025-09-05 14:42:26 2025-09-05 16:08:5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발행주식 절반 이상을 자사주로 쥔 신영증권(001720)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자사주 없이는 지배력 유지가 어려운 구조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53.1%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21%에 불과해 그동안 자사주가 사실상 '경영권 방패'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각하면 지배력이 무너지고, 안 하면 법 위반이라 도망갈 구멍이 없다"며 "신영은 이번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신영은 지난 31년간 자사주를 단 한 주도 소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영증권의 주주 현황을 들여다보면 원국희 신영증권의 최대주주 명예회장(10.42%)과 장남인 원종석 의장(8.14%) 등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은 약 21%에 그칩니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는 100%에서 47%로 줄어들어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약 44%까지 올라갑니다. 
 
표면상으로는 지분율이 상승하지만 남은 56%는 전부 시장 주주들의 몫이 되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세력이 연합하면 '44% 대 56%' 구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사주 소각 이후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승계 리스크도 신영을 옥죄고 있습니다. 원 명예회장이 고령인 상황에서 상속세 최고세율(60%)이 적용되면 오너일가의 실질 지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강제될 경우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외부 주요 주주가 사실상 없는 신영의 특수 구조를 고려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오히려 공고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신영이 우회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임직원 성과급 배정, 교환사채(EB) 발행, 다른 증권사와의 맞교환 등이 대표적인 방안입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행 전 기업들의 자사주 비중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처분 형태로 우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논의가 늦어지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만큼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영증권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가 부양은 뒷전이고 지배력 확보에만 이용한다', '금감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등의 회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투자자는 "회장 소리를 듣고 싶으면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야지 왜 주주 이익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지배력 확보에 쓰느냐"며 "이런 행태는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영증권 뿐 아니라 자사주를 보유한 타 증권사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시장과 정치권은 움직였지만 증권사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며 "신영처럼 발행주식 절반을 자사주로 쥔 회사가 법안 시행의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정확한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신영증권은 항상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 왔다" 밝혔습니다. 이어 "자사주 소각은 결국 주주가치와 연결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그간 꾸준한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실천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영증권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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