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약 3개월간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끝에 ‘역대급 성과급’에 합의하며 노사 신뢰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안은 무조정·무파업 상태에서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SK하이닉스가 실적 고공 행진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노사 간의 상생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겁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임금 6% 인상과 성과급(PS) 상한제 폐지입니다. 기존에는 성과급이 연간 기본급의 최대 ‘1000%’로 제한됐지만, 이를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약 3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3조7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이 되고, 반기보고서 기준 SK하이닉스 본사 직원 수(미등기임원 포함)가 3만3625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총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이 지급되는 셈입니다.
특히 성과급 배분 규정을 10년간 유지하기로 결정해 구성원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회사의 성과가 곧 구성원들의 이익’이라는 점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에 반복되는 논란을 제거하고,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됐다고 SK하이닉스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이번 합의안 찬성률은 9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가 임금협상 난항을 겪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파격적인 합의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등 조선 3사는 10일 두 번째 공동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한국GM 노조는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부지 매각 원점 재검토 및 임금 인상 등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SK하이닉스가 지금의 ‘역대급 성과급’을 이루기까진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성과급 기준 논란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습니다. 젊은 세대 직원들이 성과급 지급 기준의 투명성을 요구했고,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성과급을 연봉 대신 ‘영업이익’ 기준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5이천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원들의 거센 주장에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연봉 30억원을 반납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후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꿨습니다.
이후 2023년 SK하이닉스는 8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할 만큼 반도체 불황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 SK하이닉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다운턴 극복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정례 성과급인 생산성 격려금(PI)와 PS 외에 ‘원팀 마인드 격려금’ 450만원을 지급하는 등 직원 챙기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은 내부적으로 회사 성과의 규모를 키우자는 동기부여 효과와 함께, 고성과자에 대한 보상 확대 등 성과주의에 기반한 보상 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 합의는 인재를 중요시하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도 전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의사결정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참여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재를 중시하고, 노사가 함께 파이를 키워 공유하는 특유의 기업문화도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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