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여야가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수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합의를 진행한 데 대해 "그것은 타협도, 협치도 아니다"라며 "나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전날 수사 인력을 최소한으로 충원하고, 수사 기간 연장은 하지 않는 내용의 특검법을 합의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질타에 나선 겁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검법 수정안 합의에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하면서 협상을 주도했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코너에 몰리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직 개편·내란 규명 어떻게 맞바꾸나"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시켜 (여당이) 내란죄 특검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야당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는 말이 있다"며 "나는 몰랐던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이라는 군사쿠데타 벌어지는 일 결코 있으면 안 된다"며 "정부조직법을 고치는 것과 내란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을 어떻게 맞바꾸겠느냐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협치라고 하는 게 무조건 그냥 적당하게 인정하고 봉합하고 그런 것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타당한 요구와 주장을 수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열 개를 훔치던 집단과 열심히 하던 집단이 '다섯 개만 훔치자'고 타협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도둑질을 안 한다는 것은 서로 지켜줘야 한다"며 현 정국의 상황에 비유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주식 양도세와 관련해) 큰 의제도 아닌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그 이야기를 하길래 그때 사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유지)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며 "50억원을 그냥 놔둘까 말까 고민하다 그날 장동혁 대표가 말씀하시길래 이런 것 하나는 들어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은 진리가 아니고 정치적 결정인데 그것 말고 본질에 관한 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이 합의되지 않으면) 불편하긴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을 안 한다고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란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여야가 지난 10일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조항을 삭제하는 등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한 데 대해 사실상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당내 강경파에 힘 실어준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또 "제가 참으면 된다. 정부조직법 좀 천천히 하면 된다"며 "패스트트랙을 하면 6개월 뒤면 되지 않나. 한 달 뒤나 6개월 뒤나 무슨 차이냐. 협치라는 건 무조건 적당히 인정하고 봉합하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야당을 향해선 정부 여당에 대한 지나친 발목 잡기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야당과) 진정한 의미의 협치와 대화가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러나 부당한 것을 관철하려고 하면 안 된다. 발목을 끄는 것은 협치와 타협이 아닌 발목 잡기"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이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재협상 지시', 김병기 원내대표의 '파기 통보'로 전날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안은 폐기됐습니다. 앞서 민주당이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당내 강경파 반발이 분출되면서 하루 만에 번복된 것인데요. 정부조직법 처리가 시급한 사안이지만 원칙의 문제인 비상계엄 사태 등에 대한 수사 문제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여야의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를 없던 일로 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정부 조직 개편과 내란 진실 규명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여당 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향후 대야 관계에서 강경론의 목소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장시간 협의 끝에 국민의힘의 요구대로 특검 파견 검사 증원 폭을 줄이고,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특검법 수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일부 당원들은 원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문자 폭탄'을 쏟아내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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