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잠, 바라쿠다급 등 5000톤급 이하가 적절"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전략연 "한반도 해역 적합한 함형 선택 필요"
2025-11-04 06:00:00 2025-11-04 06:00:00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SSN·이하 원잠) 도입에 합의했다. 원잠 추진 관련 내용은 이번 주 초에 한·미가 발표할 예정인 관세·안보 분야 '공동 팩트시트'에도 포함된다. 이로써 멀게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가까이는 노무현정부가 추진해온 원잠 확보의 물꼬를 튼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하루 뒤인 30일, '해외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사례 및 쟁점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핵보유국(P5)인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외에 인도·브라질·호주 등 후발 국가들의 추진 사례를 통해 우리의 원잠 확보 필요성과 그 구체적 경로를 제시하는 내용이다.(애초 지난 4월 발간됐으나 한국의 원잠 도입이 현실화함에 따라 재발간) 
 
주요 원자력추진잠수함 함형. (보고서 11쪽)
 
북한, 전략핵잠수함 건조 추진…"원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필수 자산"
 
보고서를 작성한 김성배 박사(현 국가안보전력연구원장)는 원잠을 "장기간 수중 매복·감시·정찰이 가능한 움직이는 수중 기지로서, 적의 핵 선제공격 시에도 최후까지 살아남아 임무 수행이 가능한 비대칭 억지 전력으로 평가"하면서 "전략적 가치뿐만 아니라 향후 북한이 배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작전적 가치도 보유한다"고 짚었다. 
 
"북한의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대북 억지력 확보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산"이라는 주장으로, 북한이 실전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는 SLMB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제한 잠항 능력과 디젤 잠수함보다 2~3배의 기동성을 가지고 있는 원잠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2023년 9월에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며 디젤 엔진 기반의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했고, 올해 3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5000톤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 방문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원잠에 SLBM 발사 능력까지 결합한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중·일과의 해양에서의 잠재적 충돌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바, 원잠은 중·일에 비해 열세인 해군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비대칭 전략 수단"이라며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비대칭적 전략 수단으로서 가치"도 강조했다. '비대칭적 전략 수단'은 약한 쪽이 강한 쪽의 우세를 무력화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전략 자산'을 뜻한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 해역 작전 환경상 원잠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원잠은 넓은 해역에서 장기간 작전하기에는 적합하나 수심이 낮고 작전반경이 좁은 한반도 수역, 특히 서해에서의 기동에 어려움이 크고 디젤 잠수함보다 소음이 커 은밀한 작전 전개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작전적 제한성에도 불구하고 점증하는 북핵 위협 감안 시 비대칭 전략 자산이자 억제 수단으로서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원천적으로 부인하기는 곤란하다"고 반박한다. 
 
더불어 "원잠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 위협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다소의 비용적, 외교적 부담이 있더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의 자체 방어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우리의 원잠 도입에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 분야 방산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대미 조선 투자와 원잠 기술 협력 생산 패키지딜이 가능하고, 한국의 원잠 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대중 견제 기능도 수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후발 국가들의 원잠 확보 양태와 관련해서는 원잠의 3대 요소인 △잠수함 선체 △소형 원자로 △핵연료와 관련해 인도와 브라질은 핵연료는 자체 조달 가능했으나 선체 설계와 소형원자로 제작 기술이 장벽이었고, 호주는 선체 설계, 소형원자로 제작, 핵연료 공급 등 모든 요소가 부재하여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직도입이 불가피했던 상황이라고 짚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4000톤급 이상 잠수함의 선체 설계와 소형 원자로 제작 기술은 충분히 확보 가능한 상황이고 다만 핵연료 확보가 난점이었는데,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도입은 해외 의존 영구화…독자 개발이나 기술 협력 통한 생산 바람직"
 
보고서는 해외 도입 상황 등을 종합해 "기존 사례를 보면 (해외) 직도입이 가장 빠르게 전력화하는 방법이지만 해외 의존이 영구화되고 국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우리는 선체 및 소형원자로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독자 개발 및 생산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제한하고 있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할 수 있다면 잠재적 핵 능력 확보라는 부수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의 주된 원잠 도입 목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므로 한반도 해역에서 작전하기에 가장 적합한 함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양 작전이 목적이 아니므로 미국의 시울프급·버지니아급이나 영국의 아스튜트급 등 7000톤급 이상 고가 잠수함보다는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등 5000톤급 이하 잠수함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무기 비보유국이므로 우리가 도입하는 함형은 기본적으로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닌 공격원자력잠수함(SSN)으로 분류되겠지만 SLBM 장착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은 이미 디젤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 SLBM을 장착했다. 
 
원잠 도입은 주변국들 반응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보고서는 원잠은 전술핵, 중거리 미사일, 사드 배치 등과는 달리 주변국의 민감한 반발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도입 명분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북한이 전략핵잠수함 건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 전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뿐 아니라 남한 역시 핵을 보유해선 안 된다는 비확산 측면의 논리로 핵잠 도입에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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