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도박이란 2인 이상의 참여자들이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것을 말합니다. 도박은 한 참여자가 이익을 얻으면 다른 참여자는 필연적으로 손실을 입게 돼 쾌감과 즐거움을 즉각적으로 느끼게 되고, 별다른 노력 없이 큰돈을 얻을 수 있다는 사행심을 자극하므로 쉽게 빠지게 됩니다.
광주남부경찰서·광주자치위원회가 6월18일 오후 광주 남구 문성고등학교에서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한 수' 청소년 도박 인식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발전으로 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토토와 유사하게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청소년도 쉽게 큰 죄의식 없이 접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 도박 범죄가 폭증하고 있고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청소년도 해마다 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게임머니로 환전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을 한 행위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렸는데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피고인은 2021년 5월경부터 약 6개월간 환전상을 통해 62회에 걸쳐 1540만원을 게임머니로 환전했습니다. 피고인은 환전한 게임머니를 이용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스포츠 경기 승패와 점수 차를 예측해 맞추면 배당률에 따라 게임머니를 지급받는 게임을 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도박 혐의로 기소한 겁니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사행행위는 도박과 달리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하고, 참가자가 영업자의 기구나 방법을 이용하는 관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비해 도박은 2인 이상의 참가자가 재물을 걸고 승패에 의해 득실을 결정해 재물을 다투는 관계이므로, 스포츠 경기의 승패나 점수 차를 예측하고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른 게임머니를 지급받는 게임을 도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도박의 의미는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하고, 우연은 주관적으로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해 승패를 결정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다소라도 우연한 사정에 영향을 받게 되는 때에는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피고인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한 게임은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맞추면 미리 정해진 배당률에 따라 게임머니를 지급받고, 이 게임머니는 불법 환전상과 게임머니 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는 그 환전성에 비춰볼 때 재물에 해당하고, 게임머니의 획득이나 몰수는 우연한 사정에 달려있으므로 이러한 게임에 게임머니를 걸고 참여하는 것은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형법은 도박을 한 사람을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하면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상습으로 도박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도박죄를 처벌하는 이유로 △건전한 국민의 근로관념과 사회의 미풍양속 보호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않은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 보호 △사행심에 의한 행위의 재산일실 위험 제거 등을 들고 있습니다.
도박을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카지노업, 복권, 경마 등에 관한 사업은 허용합니다. 자격 없이 체육진흥투표권이나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해 결과를 적중시킨 사람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법에 따라 발행되는 체육진흥투표권인 스포츠토토나 프로토 이외에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 위와 같이 처벌받게 되고, 이를 이용해 도박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겁니다.
단순도박을 한 경우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면 처벌하지 않는데, 대법원은 일시적인 오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정도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관계 및 사회적 지위나 재산 정도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도박의 경우 법정형이 낮고, 사회적으로 여가를 이용해 오락을 하는 정도라면 도박의 수단을 이용해도 처벌하지 않고 용인되기 때문에 도박에 접근하기는 쉬운 편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스포츠토토를 접한 후 불법 스포츠도박 등에 빠지게 될 위험도 높아지는 겁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도박 중독 방지를 위해 예방 교육을 제도화하고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이나 홍보에 대한 집중 단속이 필요합니다. 여러 정책을 통해 청소년들의 도박 중독을 방지하고 제도적으로 용인된 틀 안에서 오락의 정도로 즐길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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