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다시 고개 드는 '슈링크플레이션'
2025-09-22 06:00:00 2025-09-22 06:00:00
"아니, 실적들도 좋다면서? 이런 꼼수 마케팅을 보면 은근 배신감이 들어요."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용량을 줄여 수익을 내는 기법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마케팅이 최근 식품·외식 업계에서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경우 식품업체들이 표면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실속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활용돼왔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라면, 기업 입장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분명 참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사실 최근 1년 정도는 의외로 슈링크플레이션과 관련한 소식이 많이 들리진 않았다. 오랜 기간 슈링크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제동을 건 탓이다.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제품 용량을 축소할 경우 '부당한 소비자 거래행위 지정 고시'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다 보니, 기업들은 일단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 불법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불안정으로 업계가 직접 제품 가격을 연이어 인상한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5월까지 약 반년간 제품 가격을 높인 식품·외식 기업은 60여곳에 달한다. 작년 말 이후 사실상 반년 동안 무정부 상태가 되면서 이 기간이 기업들 사이에는 가격 인상의 적기였던 셈이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구태여 슈링크플레이션 카드까지 쓸 필요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정상화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정부도 민생 안정에 방점을 둔 정책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품·외식 업계를 겨냥한 정부의 칼날은 나날이 매서워지는 추세다. 
 
결국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마케팅 재등장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릴 수도, 그렇다고 수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업계 고민의 산물인 셈이다. 물론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고물가 및 고환율 여파로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체들의 항변도 이해는 간다. 이윤 추구가 핵심 가치인 기업들에게 밑지고 장사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식품·외식 기업들의 경우 국민 삶과 밀접한 먹거리를 다루고,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한 집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최근 행보는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게다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식품·외식 업계 상당수는 '실적 잔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들먹이기엔 명분이 약하다. 
 
특히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을 우롱한다는 점에서 더욱 근절돼야 한다. 본능적으로 식품의 중량보다 가격에 더 집중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역이용하는 마케팅인 까닭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먹거리를 구입하는 것조차 고통을 호소하는 계층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식품·외식 업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확보했다면, 사회적 책무도 함께 안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높은 소명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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